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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정선 김병욱·조문주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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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정선 김병욱·조문주씨 부부

입력
1997.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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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산골 새집짓고 금실 좋게/최고의 은퇴생활이죠/올 여름 찾아온 손님 70여명 ‘되레 더 바빠’/“부부사이 좋아야 장수” 한밤 부부교육도강원 정선군 북면 여량리에 위치한 김병욱(60) 조문주(58) 부부의 시골집은 올 여름 어느 피서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휴가철이라 체증이 심한 영동고속도로를 10시간 가까이 달려야 하는데다 하진부와 강릉을 잇는 국도에서도 한참 떨어진 이곳은 초행길에 찾기가 보통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너무 머니 나중에 오라』는 주인의 만류에도 올 여름 이 집을 찾은 손님수는 70여명. 3년전 집을 짓고 난 뒤로 모두 850여명의 손님이 다녀갔다. 손님의 대부분은 김씨가 척추교정사로 일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친구, 친지들이다. 『은퇴하고 은둔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지도를 펼쳐놓고 가장 오지인 곳을 골라 집을 지었더니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됐다』며 싫지 않은 웃음을 짓는다.

전문숙박업소도, 이름난 관광지도 아닌 이곳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정선아리랑의 발상지 정선아오라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툭 트인 전망과 빼어난 자연경관. 며칠씩 놀다가는 사람에게도 「꼭 다시 오라」고 권유하는 주인의 인정도 빼놓을 수 없다.

「해발 500∼700미터가 사람몸에 제일 좋다」는 김씨의 설명이 아니래도 산 중턱에 자리잡은 이 곳은 더위 습기 모기가 없다. 목덜미를 슬슬 간지르는 산바람을 쐬며 주인이 쪄온 옥수수를 먹고 있자면 도시생활의 긴장이 어느새 풀려버린다. 어두워진뒤 생전 처음 보는 반딧불을 좇느라 꼬마손님들은 연신 까르륵거린다.

이 부부의 손님접대는 각별한 편이지만 구박받는 손님들도 있다. 아내나 남편을 떼놓고 혼자 오는 경우다. 「부부는 나이들수록 같이 다녀야 한다」는 부부의 지론때문이다. 젊었을때부터 어지간한 모임에 꼭 부인을 동반할 정도로 아내사랑이 깊은 김씨는 부부사이가 민숭맨숭한 손님들을 대하면 「부부교육」을 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자연속에서 살기를 원하지요. 하지만 미국에는 「산에 가서 살려면 3W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길(way)과 물(water)이 있어야 하고 아내(wife)가 허락해야 한다는 거죠』

김씨가 3년전 무너져가는 기와집만 덜렁했던 이 곳을 사들여 집을 지을 수 있었던 것도 아내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만해도 김씨가 일을 놓지않던 때라 부부는 일을 쉬는 토요일마다 서울과 이곳을 오가며 공사를 했다. 주말에만 공사를 했기 때문에 완성하는데 거의 1년이 걸렸다.

30평의 집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손님을 묵게하는데 부족한 듯했다. 그래서 지난 5월 바로 옆에 황토집을 지었다. 구들놓는 일, 진흙과 짚, 풀을 섞어 갠 재료로 벽을 이겨붙이는 일, 자연석으로 벽난로를 쌓는 일 등을 마을사람의 도움을 받아가며 직접 해냈다. 김상희 상지대 이사장, 서예가 운남 이돈석씨 등 수십년지기들은 주말마다 이곳에 내려와 물을 길어오고 반죽을 하는 등 일손을 도왔다.

아마추어의 솜씨라 벽면이 울퉁불퉁하고 별 꾸밈도 없지만 방문을 젖히면 방바닥에 그늘을 드리우는 오동나무의 운치때문에 황토집은 손님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밤이 깊어지면 김씨의 호를 따 서재의 이름을 붙인 「인봉산방」에서 「부부교육」강의가 열린다. 코냑을 서너방울 떨어뜨려 향기가 독특한 커피를 손님에게 내 놓으면서 김씨는 『부부가 사이가 좋아야 무병장수합니다』고 입을 연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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