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엔진고장 등 사고원인서 일단 배제/우리측 따돌리고 발표… 한미공방 새 국면괌에서 대한항공 801편 사고원인을 조사중인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8일 사고발생 이후 처음으로 인재가 직접원인이라고 공식발표, 사고원인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간 공방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다.
NTSB 괌 현지 파견대표인 조지 블랙위원은 이날 『엔진고장이나 관제탑과의 교신불량, 악천후 등은 사고원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블랙위원은 이어 『사고는 관제탑 관계자나 항공기승무원 등 착륙과 관련된 「누군가」의 실수에 의해 일어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NTSB측의 이같은 발표는 일단 항공기제작사인 보잉사, 그동안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활공각유도장치(Glide Slope) 등 착륙관련 기기, 기상조건 등을 사고원인 제공자 논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종사와 관제사중 누가 사고의 직접 원인 제공자인가라는 점을 놓고 한국과 미국간 논쟁은 더욱 격렬해질 전망이다.
NTSB의 갑작스런 발표는 미국언론이 사고원인을 조종사 실수로 몰아가고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의도와 배경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물론 NTSB측은 『「착륙 관련자」가 사고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했지 일부 언론보도처럼 조종사실수가 원인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NTSB측은 우리측 조사단과는 단 한마디 의논조차 하지않는 등 관례를 무시해 가며 위원회 소속 요원들만 참여해 도출한 결론을 일방 발표했다. 더욱이 음성기록장치(CVR) 등 블랙박스 내용이 완전 해독되지 않은 상태에서 항공기 사고원인 조사만큼은 가장 신중을 기한다는 NTSB측이 인재를 원인이라고 발표한 처사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NTSB측이 기자회견에서 『관제탑은 정상적으로 항공기와 교신했다』고 언급하고 공항대변인 역시 관제탑이 정상적으로 관제업무를 처리했다는 점을 확인한 점은 이들이 은연중 조종사실수쪽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인상마저 풍겨주고 있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사고원인을 보도하면서 자국의 이해관계를 노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지는 8일자(현지시간) 1면 머리기사에서 사고기가 충돌직전까지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들 신문은 블랙박스 판독에 참여한 NTSB 관계자 말을 인용, 『조종사들은 마치 수분후면 착륙할 것처럼 생각하는 듯 랜딩기어를 내리고 기다리는 등 이상하리만큼 조용했으며 마지막 순간 지상접근 경보장치가 울렸다』고 보도했다. NBC와 CNN도 조종사의 무리한 착륙강행에 무게를 두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측은 이날 공식해명서를 발표, 『기장 박용철씨는 총비행시간 9천시간의 노련한 조종사이며 747기의 괌운항은 아가냐공항 활주로 길이나 강도면에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며 『희생자 유족에 대한 송구스런 마음때문에 갖가지 억측을 참았으나 미국 언론은 조종사실수에 의한 인재로 사고초점을 맞추는 보도관행을 또다시 되풀이하고 있다』고 분개했다.<송용회 기자>송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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