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페루연안서 2∼8년마다 발생/전세계에 기상재해 북한 가뭄도 관련최근 엘니뇨현상이 적도 동태평양에서 발생하여 이에 따른 기상이변이 세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께가 되면 남미 에콰도르와 페루 연안의 해수 온도가 올라간다. 이 때에는 어부들이 출어를 하지 않고 가족들과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아기 예수」라는 의미를 가진 스페인어의 엘니뇨(El Nino·남자아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보통 한달 가량 계속되는데 최근에는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이상이 나타날 때를 특히 엘니뇨라고 부른다.
기상학자들은 열대 태평양 지역의 해수면온도가 5개월 이상 평년 수온보다 0.5도 이상 높은 경우를 엘니뇨라고 정의하고 이와 반대로 0.5도 이상 낮은 경우는 라니냐(La Nina·스페인어로 여자아이)라고 한다. 최근 관측에서 엘니뇨 현상은 페루 연안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날짜 변경선부터 페루 연안(거리 약 1만㎞)까지 적도 부근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매우 큰 규모임이 밝혀졌다. 이러한 엘니뇨 현상은 근래에는 인공위성과 열대 태평양의 70여대의 부이관측망으로 실시간 관측이 가능하게 되었다.
16세기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분석에 따르면 엘니뇨는 매우 불규칙하게 발생하며 발생주기는 2∼8년이다. 50년이후 엘니뇨는 14회 발생했으며,그 중에서 82년 4월부터 83년 6월 사이에 금세기 최대의 엘니뇨가 발생하여 83년 전세계적으로 130억달러 이상의 재산피해를 보았다. 엘니뇨의 발생에 따라 기상재해가 특히 심각하게 나타나는 지역은 아프리카, 남미, 인도, 호주, 인도네시아 등으로 열대 또는 아열대 지방에 속한다. 이로 인한 기상재해의 특징은 몬순현상(우리나라의 장마)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가뭄과 홍수로 대변되며, 식량 생산의 감소,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막대하다.
기상학자들은 대기-해양-지표면의 변화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전체적인 지구 기후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엘니뇨현상의 본질을 규명하고, 이를 예측하기 위하여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엘니뇨 현상은 현재 1년전에 예측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정확도는 높지않다. 1, 2년전에 엘니뇨의 발생을 예측할 수 있다면, 엘니뇨 영향권의 국가들은 농작물의 품종 또는 파종시기를 조절함으로써 효율적인 생산을 계획할 수 있다. 또한 전세계적인 파급효과를 미리 예측함으로써 안정적인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또다시 엘니뇨가 발생하여 많은 과학자들이 이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해양기상청 산하 기후예측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에 발생하고 있는 엘니뇨는 아마도 82, 83년 엘니뇨보다도 강하게 발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95, 96년의 약한 라니냐 현상이후 97년 초까지 열대 태평양은 비교적 평년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97년 4월 이후 현재까지 4개월간 열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여 지역에 따라 평년보다 최고 4도 이상 높은 온도를 보여주고 있다. 또 대기의 상태도 전형적인 엘니뇨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무역풍의 약화와 더불어 주강우지역도 서태평양에서 태평양 중앙으로 이동되었다. 최근에 개발된 기후예측모델에 따르면 이러한 엘니뇨 현상은 금년 겨울 또는 내년 봄까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엘니뇨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지역에 따라 나타나는 기상현상의 종류와 강도가 다르다. 인도네시아와 인도, 호주, 아프리카 남서부지역은 가뭄이, 열대 중태평양은 강수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며, 남미에서는 6∼8월에 고온이 예상된다.
북미에서는 겨울철에 알래스카와 캐나다의 서부, 동부에 고온, 미국 남동부에 저온의 경향이 나타난다. 동아시아지역에서는 엘니뇨현상이 발생하면 이 지역의 여름철 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 기단이 약해지고, 중심이 동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8월은 저온다우, 9월은 저온소우, 겨울은 기온이 높고 특히 12월에 강수량이 많은 경향을 보인다. 그외의 계절은 엘니뇨 발생에 따른 영향이 명확하지 않다.
중국의 북부지방은 엘니뇨 기간중 강수량이 적어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보고되었는데, 북한의 가뭄은 이러한 현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기상연구소 예보연구실 기상연구관>기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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