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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해석·설득/주철환 MBC PD(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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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해석·설득/주철환 MBC PD(1000자 춘추)

입력
1997.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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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가 되어 보겠다고 찾아오는 후배중에는 「PD가 안되면 죽어버리겠다」고까지 말하는 친구도 더러 있다. 그럴 때 나는 조용히 말한다.「죽어버려라」

농담이지만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들에게 「아무데나 목숨 걸지 말라」는 충고는 기득권자의 여유 섞인 야유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PD가 꼭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답 속에 대충 두 개의 단어가 포함된다. 재미와 의미다. 과정은 재미있는 일인데 결과는 의미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그것이 PD되기의 설득력 있는 명분은 아닌 듯하다.

세상 속에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 지천으로 깔려 있는 게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일들이다. 행여 겉멋이나 위풍 따위에 홀려 귀중한 목숨을 거는 것은 아닌지 잘 생각해 보라고 나는 충고한다.

세상 사는 건 결국 사람 만나는 일이다. 십몇 년 PD생활을 해 보니 이 일도 역시 만남으로 시작해서 만남으로 끝나는 것임을 어렴풋이 알 것같다. 그 여정 속에 세 가지 덕목이 포함되어야 함도 깨달았다.

그것들은 각각 선택, 해석, 그리고 설득이다. 삼라만상의 소재 중 어떤 것을 선택해서 나름대로 어떻게 해석하고 다시 대중을 어떤 방식으로 설득하느냐에 따라 PD직의 성패가 달려 있다. 어리석은 선택, 무리한 해석은 동심원적인 설득에 이르지 못한다.

지혜로운 선택, 창조적 해석은 PD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요즘 TV에 나와서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설득하는 대통령후보들을 볼 때면 엉뚱하게도 PD 안되면 죽어버리겠다는 후배들의 얼굴이 겹쳐진다. PD 안돼도 얼마든지 재미있고 의미있게 살 수 있다면 대통령 안돼도 얼마든지 애국하고 애족하며 살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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