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체 식별조차 어려워/아기안은 주검앞에 하염없이 눈물만/유족대표단 5명 기체내부 답사대한항공 801편 동체 잔해 내부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참혹했다.
방독면이 없으면 숨쉬기 조차 힘든 악취, 화재로 온통 시커멓게 타버린 의자, 그리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시신들….
8일 상오 정홍섭(46·충북 청주시 홍덕구 북면동)씨 등 유족대표단 5명은 항공기 동체 내부를 둘러보는 동안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날 상오 8시(한국시간) 니미츠힐에 도착한 유족대표단 5명은 구티에레스 주지사,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요원, 의료요원 등 10여명과 함께 지휘본부에서 1㎞가량 떨어진 사고현장으로 가기위해 잔해에서 70여m가량 떨어진 임시상황실로 이동했다. 대표단은 이곳에서 증거보존과 병원체감염위험 등을 내세워 진입을 반대하는 NTSB 요원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현장에서 아무 것도 만지지 않는다 ▲사진촬영금지 ▲질문·잡담금지 등을 약속한 뒤에야 20분간의 동체 내부답사를 허락받았다.
일행은 위생복 마스크 장갑 등을 착용하고 경사 25도, 폭 30㎝ 가량의 길을 따라 동체 잔해에 접근, 기체 꼬리날개 아래 부분을 통해 내부로 들어갔다. 『이럴 수가…』 마스크를 쓴 유족들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입과 코에 갖다댔다. 모든 빛을 빨아들인 듯 동체내부는 온통 검은 색이었고 숨이 막힐 듯한 악취가 풍겼다. 유족 한 명이 타다 만 의자위에 얹혀있는 물체를 보고 탄식을 터뜨리는 순간 다른 일행들은 그 참혹함에 눈을 질끈 감고말았다. 시신이었다. 항공기 꼬리부분의 좌석 10여개는 비록 불에 탔지만 비교적 온전한 형체였고 1층 화물칸과 2층 객실을 구분하는 철제 선반도 원형대로 붙어있었다. 유족들은 꼬리부분에서 상체를 잔뜩 쭈그리고 앉은 시신과 바닥에 엎드린 채 얼굴을 감싸고 있는 시신 등 4구를 목격했다. 유족대표단은 잔해만 남아 30∼40m가량 가라앉은 동체 중간쪽으로 이동했다. 바닥에 흩어져있는 의자에 앉은 채 숨진 시신과 웅크린 채 숨진 시신을 연이어 발견한 이들은 유난히 큰 덩치의 시신을 발견하곤 멈칫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식별할 수는 없었지만 아기를 껴안고 숨진 시신이 틀림없었다. 유족대표단이 동체 중간부분에서 본 7∼8구를 포함, 현장에서 눈으로 식별할 수 있었던 시신은 모두 11∼12구였다. 기체 내부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NTSB 요원 15명이 조심스레 사진을 찍어가며 고분을 발굴하듯 시신을 수습하고 있었다. 유족대표단 간사인 정씨는 『내부를 둘러보는 동안 여동생 가족의 얼굴이 떠올라 울음을 참느라 고통스러웠다』며 『현장 모습을 다른 유족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20분동안 침묵을 지키며 비극의 현장을 본 유족대표단 5명은 동체를 빠져나오자마자 결국 오열을 터뜨렸다.<괌=특별취재반>괌=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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