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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의 대권(김성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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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의 대권(김성우 에세이)

입력
1997.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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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경공이 사냥을 나갔다가 산에서 호랑이를 보고 못가에서 뱀을 보았다. 경공은 이것이 상서롭지 못한 일이 아니냐고 현상인 안자에게 물었다. 안자는 호랑이 사는 곳에서 호랑이를 보고 뱀이 사는 곳에서 뱀을 본 것이 어찌 상서롭지 못한 일이겠느냐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나라에는 따로 상서롭지 못한 일이 세가지 있습니다. 현인이 있는데도 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첫째요 알기는 하되 등용하지 않는 것이 둘째요 등용은 하되 그에게 제대로 자리를 주지 않는 것이 셋째입니다.」

이것이 3불상이다. 인사의 잘못은 호랑이나 뱀보다 무섭다.

이 이야기가 나오는 안자춘추 뿐 아니라 동양고전의 경세학은 한마디로 인사학이다. 정치는 곧 인사라는 말이다.

고대 중국의 요임금은 사람을 보면 즉시 그를 알았고 순임금은 임용한 뒤에야 알았으며 우임금은 스스로 성공한 사람이라야 기용했다. 탕왕의 재상이던 이윤은 이 세 임금의 현인을 씀이 이러한데도 가끔 실책을 범했거늘 하물며 아무 법도도 없이 마구 사람을 등용했다가는 반드시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당나라 태종의 명신 위징은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을 알자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을 등용하는가를 맨 먼저 보라고 했다. 위나라의 문후가 어떤 사람을 재상에 임명할까 하고 물었을 때도 이극은 「그가 누구를 천거하는지 보라」고 대답했다.

당태종은 「세상을 둘러봐도 재능있는 사람이 안 보인다」고 덕이가 말하자 「재는 이대에 빌리지 않는 법이다. 어느 시대에나 현재는 있다」고 말했다.

주공은 손님이 찾아오면 밥을 먹다가도 세번이나 뱉어내고 머리를 감다가도 세번이나 움켜쥐면서 달려나가 맞았다. 천하의 인재들을 놓칠까봐 걱정해서다. 이것이 토포악발의 고사다.

한퇴지의 명문인 「잡설」은 「세상에 백락(말을 잘 알아보는 명인)이 있고 그런 다음에 천리마가 있다. 천리마는 항상 있으나 백낙은 항상 있지 않다」로 시작된다.

이런 것이 인재등용의 교본들이다. 이 교본들은 나라의 존망은 사람을 쓰는데 달렸으며 나라를 다스림에는 사람을 아는 일이 왕도임을 가르치고 택사에 조심하고 구현에 힘쓰기를 충고한다.

임기를 반년남짓 남긴 김영삼정부의 치정을 총평가하자면 그 실패는 결국 인사의 실패다. 인사 자체가 가장 큰 실정이었을 뿐 아니라 모든 실정의 가장 큰 원인이 인사였다. 「벼슬은 사사로이 친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라는 서경의 말도 듣지 않았고 3불상의 교훈에도 귀멀었다. 전문성을 무시한 부적소인사가 다반사였다. 국민들은 아무나 대통령자리를 맡기면 되는 줄 알았고 대통령은 사람을 아무 자리에나 쓰면 되는 줄 알았다. 잦은 개각과 단명 장관의 속출도 그 자체가 인사의 난맥일뿐 아니라 인사의 과오를 자인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정권 초기의 일련의 인사극들은 가히 희극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 희극의 결과가 오늘의 비극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싱싱한 깃발을 내걸고 출범한 정부다. 그 말은 맞았다. 인사가 만사의 패인이 되어 바람빠진 돛폭을 내리게 되었다.

8·5개각으로 안도의 큰 숨을 내쉬는 국민들이 많다. 개각을 잘해서가 아니라 아마도 이 정부의 마지막 큰 인사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한 인사의 연속극은 막을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요직의 인사권자는 대통령이지만 대통령에 대한 인사권자는 국민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대권이라 한다지만 대통령을 뽑는 것은 국민의 대권이다. 우리 국민은 지금 이 인사대권의 행사를 앞두고 있다. 누구를 뽑을 것인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중에서는 인사능력이 먼저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 고를 줄 아는 대통령을 국민이 골라야 하고 사람 쓸 줄 아는 대통령을 국민이 써야 한다. 대통령이 어떤 인사권을 행사할 것인지는 국민이 어떤 인사대권을 행사하느냐에 달렸다.

한사람을 알려면 그가 어떤 사람을 천거하느냐를 보면 된다고 했듯이 한 국민을 알려면 그 국민이 어떤 대통령을 뽑느냐를 보면 된다.<본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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