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영화와 같은날 개봉 맞불/‘배트맨’타고 ‘내 친구의 결혼’ 상승할리우드에는 카운터 프로그래밍이라는 말이 있다. 새로 개봉되는 초대형 영화에 맞서 이 경쟁영화와 다른 관객을 노리고 과감히 경쟁영화가 개봉되는 같은 날에 영화를 내거는 작전을 일컫는다. 관객쟁탈전이 치열한 여름에 이용되는 상술의 하나로 소규모의 제작비가 든 영화들이 카운터 프로그래밍의 주대상이다.
올여름 이 카운터 프로그래밍 작전이 절묘하게 주효한 영화가 줄리아 로버츠의 컴백작품인 로맨틱 코미디 「내 친구의 결혼(My Best Friend’s Wedding)」. 이 영화의 배급사인 소니는 당초 개봉일을 6월27일로 잡아 놓았다가 돌연 대작 「배트맨과 로빈」이 개봉되는 6월20일로 날짜를 앞당겨 버렸다.
10대 남자들이 선호하는 액션영화 「배트맨과…」를 피해 여성관객을 노린 작전이었다. 그 결과 개봉 첫주말 제작비 1억달러짜리 「배트맨과…」는 총 4천290만달러를 벌어들여 흥행 1위를 기록했고, 제작비 3,800만달러가 든 「내 친구의…」는 총 2,17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흥행 2위에 올랐다.
액션 스릴러가 판을 치는 여름에 나온 로맨틱 코미디 「내 친구의…」는 지금까지 모두 1억달러를 벌어들이며 계속 흥행호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 비평가들의 혹평을 들은 「배트맨과…」는 흥행 10위권에서 밀려나 버렸다.
소니가 「내 친구의…」 개봉일을 1주일 앞당긴 것은 「배트맨 대 줄리아」라는 대응작전 외에도 27일에는 디즈니의 만화영화 「헤라클레스」와 존 우 감독의 액션스릴러 「페이스 오프」가 동시에 개봉하게 돼있어 두 영화와 싸우느니 차라리 한 영화와 대결하자는 의도도 있었다. 아무튼 이같은 대응작전은 성공해 줄리아 로버츠의 미소 펀치에 완력이 센 배트맨이 나가 떨어진 셈.
그러나 카운터 프로그래밍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소니는 지난 6월6일 디즈니의 무지막지한 액션스릴러 「콘 에어」에 맞서 아동영화 「버디」를 동시에 개봉했다가 참패를 당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카운터 프로그래밍도 영화가 좋아야 먹힌다고 말한다.
카운터 프로그래밍은 처음 TV프로에서 시작됐다가 영화로 넘어왔다. 맨처음 이 작전을 시도한 영화사는 디즈니로 지난 89년 여름 아동영화 「아이가 작아졌어요」를 「배트맨1」에 맞서 극장에 내보내 빅히트를 쳤었다.<박흥진 미주본사 칼럼니스트 편집위원>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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