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TWA기처럼 잔해복원작업 할수도대한항공 801편 보잉747―300B 여객기 추락사고에 대한 조사는 미국 국가기관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우리 정부가 파견한 사고조사반이 합동으로 실시한다. NTSB 조사요원 30명과 우리측 조사반 7명은 7일 조사계획 수립을 위해 협의를 벌이는 등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사고원인은 악천후, 관제시설 고장, 기체결함, 조종사 실수 등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다 사고원인을 둘러싼 양국간의 이해도 엇갈려있어 조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사주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라 사고발생국인 미국이 조사를 주도하게 되고 항공기 등록국인 우리나라도 공동으로 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우리 조사반은 「옵서버」 자격이지만 현장조사, 블랙박스 해독, 사고원인 분석 등 모든 조사과정에 참여하고 조사결과 도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사고원인을 둘러싸고 조사자들 사이나, 항공기 제작사와 등록국가 등에 이의가 있을 경우 ICAO의 전문조사요원이 재조사를 하게 된다.
▷조사방식◁
이번 사고조사에서도 조종실의 음성기록인 CVR, 비행기록인 FDR 등이 담겨 있는 블랙박스 해독이 사고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사고조사는 블랙박스 해독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며 사고기와 추락지점에 대한 현장조사가 병행된다. 현장조사에서는 계기판의 상태, 작동부위 등에 대한 기체조사와 사고현장 주변조사, 생존자 및 목격자 조사 등이 이뤄진다. 사고기 주변조사를 통해 상승중 추락했는지, 하강중 추락했는지 등 사고당시 정황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를 찾게 된다.
조사팀은 사고원인에 대한 이견이 많을 경우 잿더미가 된 기체를 사고전 형태로 복원하는 잔해복원작업도 벌인다. 지난해 미국 케네디공항에서 발생한 TWA기 폭발사고 조사팀은 잿더미 기체를 90%가량 복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사고발생후 1년이 지나도록 조사가 계속되는 등 장기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한항공기도 사고원인을 놓고 이견이 맞서고 있어 잔해복원작업이 이뤄질 경우 마찬가지로 조사가 장기화할 수 있다.
조사팀은 사고전 항공기의 운항기록과 정비상태 등도 조사하게 된다. NTSB가 대한항공 본사에 조사팀을 파견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고원인 추정◁
항공기 사고조사 전문가들은 통상 사고원인을 단정적으로 결론짓지 않는다. 항공기 사고는 기체가 대부분 파손돼 확증을 잡기가 힘들고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사전문가들은 유력한 사고원인이 떠오르더라도 「가능성이 큰 원인(Probale Cause)」으로만 제시한다. 특히 기체결함이 원인으로 확정될 경우 항공기 제작사가 자사 항공기 모두를 재제작해야 하는 등 치명적인 영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조사에서도 항공기 제작사와 공항 관제의 책임자들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미국측과 항공기 운항사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우리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될 소지가 있어 사고원인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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