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보도국장 부인·딸만 생존/변호사 일가족 3명 숨지기도/50대 교사 세 딸 한꺼번에 잃어괌에서 추락한 대한항공 801편 항공기 탑승객들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나들이에 나선 일가족과 신혼부부, 효도관광객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나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사고 비행기에는 속초에서 개업중인 변호사 김택정(45·사시 26회)씨와 부인 이명자(42)씨, 외아들 태영(8·K초등학교 2년)군 등 일가족 3명이 친구 가족들과 3박4일 일정으로 여름휴가를 떠났다가 변을 당했다.
그러나 김변호사 가족과 괌여행을 계획했던 속초의 황모(36) 변호사는 이날 다른 비행기편으로 출발, 천만다행으로 화를 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보도국장 가족 등 언론·방송인의 탑승소식도 잇따라 전해졌다. KBS보도국장 홍성현(51·서울 서초구 서초동)씨와 부인 이재남(43)씨 등 일가족 5명이 탑승, 부인 이씨와 딸 화경(15)양은 병원에 후송된 것으로 확인됐으나 홍국장과 나머지 자녀의 소식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홍국장은 70년 KBS에 입사, 사회부장 정치부장 보도국 주간등을 역임했다.
인기성우 장세준(40)·정경애(40·여)씨 부부도 두 아들과 승객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장씨는 82년 KBS성우 17기로 데뷔해 홍콩 배우 성룡 등의 전문성우로 활동해 왔고, 부인 정씨는 동아방송 성우 7기로 영화 「트윈픽스」, 만화 「요술공주 세리」 등에서 탁월한 목소리 연기를 보여줬다.
○…탑승객중에는 교수 및 교사들도 많았다. 홍익대 김일룡(61·경영학·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교수는 괌을 경유, 미국으로 산업시찰을 가려다 변을 당했고 경기 화성군 비봉종합고 이민영(26·여·서울 양천구 신정5동) 고정희(26·여·서울 강남구 청담2동) 교사도 휴가를 즐기기 위해 괌행 비행기를 탔다.
비봉종합고측은 『이교사와 고교사는 미혼인데다 자상한 가르침으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한청희(52·여·서울 노원구 상계7동) 이판석(55·광주 남구 봉선동·광주 농성초등교) 교사도 제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가족과 함께 첫 해외나들이에 나선 서울시 공무원도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구 공덕1동사무소 민방위담당 직원 이경구(36)씨는 4박5일의 여름휴가를 괌에서 보내기 위해 부인 한현경(36)씨, 딸 그린(7)양과 사고비행기에 탑승했다. 동료직원들은 『이씨는 86년 행정9급으로 공무원생활을 시작한 이래 10여년만에 처음으로 해외나들이를 하게 됐다며 기뻐하곤 했다』고 말했다.
또 서울 남부경찰서 경비과 전경관리반 이재형(46·서울 금천구 시흥동) 경사 부부는 공직생활 20년만에 처음으로 설레는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아직 학생인 세자녀를 남겨놓고 불귀의 객이 돼 동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부산 거주 문영환(30·영진약품 부산영업소 직원)씨는 올 가을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예비신부 장은영(25·서울 송파구 가락동)씨와 함께 3박4일 일정의 여름휴가를 갔다 변을 당했다. 또 부산 해운대구 반여1동 김덕환(25·아프리카 코리아사 직원)씨도 여름휴가를 받아 결혼상대자인 김수경(24·경기 의정부시)씨와 부산으로 내려와 부모에게 김씨를 인사시키고 괌으로 휴가를 떠났다. 또 이관호(26·경기 이천시 진리동)씨와 박경순(24·여)씨 부부는 5일 결혼해 신혼여행을 가던중이었으며 이영상(65·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씨와 유숙자(61·여)씨 부부는 효도관광 중이었다.
○…동부그룹 계열의 동부제강 판재사업본부장인 안기준(52) 전무와 부인 윤선규(50)씨도 사고기에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부그룹에 따르면 안전무 부부는 휴가를 즐기기 위해 괌으로 가던 중이었다. 동부그룹은 대한항공을 통해 안전무 부부의 생존 여부를 파악하고 있으나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기에는 인천 학익고 교사 김종명(52·인천 동구 관교동 삼환아파트 101동 1605호)씨의 세자매가 함께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자매중에는 맏딸 우경(25·인천 선인고 영어교사), 둘째딸 유경(23·인천 관교중 수학교사)씨 등 두 딸이 교사이고 막내딸은 여고생으로 파악됐다. 김씨 부부는 10여년전에 각각 배우자를 잃은 뒤 재혼했으며 무척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고 이웃들은 전했다.
○…아내 주진희(25·서울 강동구 암사3동)씨와 딸 최수현(1·여)양을 한꺼번에 잃은 최덕호(27)씨의 사연은 주위까지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주씨와 최양은 원래 최씨와 함께 9일 괌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으나 주씨가 괌에서 건설업을 하는 아버지를 하루빨리 뵙고 싶다며 5일 비행기를 탔다가 변을 당했다.
○…사고기에 타고 있던 김회철(40)씨 가족은 5일부터 8일까지 3박4일간의 일정으로 괌 휴가를 떠났다 변을 당했다.
충북 청주가 고향인 김씨는 82년 한솔제지에 입사한 뒤 94년부터 완주군 봉동읍 한솔제지 계열사인 한솔화학(주) 생산지원팀장으로 근무해 왔으며 4일부터 1주일간 휴가를 받았다는 것. 아내인 정씨는 어린이 학습지 회사인 대교 눈높이 전주지사 북부지점의 교사로 일하고 있으며 딸 지영(12)양과 아들 태준(9)근은 전주 북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에 각각 재학중이다. 경북 경산시 중산동 (주)새한의 습식생산팀장인 이병학(35·대구 수성구 범물동 태성아파트 106동 403호)씨도 부인 최경화(32)씨, 아들 신(4)군 등과 함께 3박4일 일정으로 괌으로 하계휴가를 가던 길이었다.<박일근·김정곤 기자>박일근·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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