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11세 일 소녀 직접 구출칼 구티에레스(55) 괌 지사는 6일 새벽 대한항공(KAL) 801편 참사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 손전등 하나만을 든 채 구조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추락 폭발음이 들릴만큼 현장에서 가까운 지역에 사는 구티에레스 지사는 잠자리를 박차고 30분만에 사고지점에 닿았다. 그는 평소 들을 수 없던 비행기 엔진의 굉음에 이어 니미츠 힐 정글에서 불꽃이 치솟아 오르자 비행기 추락사고임을 직감했다.
그의 집에서 현장까지는 자동차로 6분 거리에 불과했지만 지형이 워낙 험한데다 살을 벨듯 날카로운 억새 때문에 현장접근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는 미 해군 헬기가 상공에서 비쳐주는 불빛에 의지, 불구덩이를 헤치며 억새밭을 내달렸다. 협곡 밑으로 내려서는 순간 생존자들의 비명과 『살려달라』는 절규가 들리면서 그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일본인 소녀 마쓰다 리카(송전리가·11)양의 희미한 목소리를 처음 듣고 잔해속에서 구해낸 주인공도 구티에레스 지사였다. 그는 리카양이 기적적으로 찰과상만을 입고 구조되자 눈물이 핑돌았다. 하지만 동체의 불길이 거세지면서 생사가 불분명한 리카양의 한국인 어머니 조성녀(44)씨는 어쩔 도리없이 단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치솟는 화염속에서도 「사람의 영상이 어른거리면」 무조건 달려갔다.
구티에레스 지사는 또 생존자들의 증언을 꼼꼼히 정리하는 등 현장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구조대장」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어둠속에서 우왕좌왕하던 200여명의 구조대원을 관리하는 능력도 돋보였다. 그는 『구조대원들이 진흙탕속에서 2m가 훨씬 넘는 억새를 헤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괌에서 태어난 구티에레스 지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60년 미 공군에 입대했다. 군복무중 컴퓨터 전문요원으로 근무했던 그는 65년 제대한 뒤 괌 정부기관에 최초로 데이터 프로세스 센터를 건설했다. 때문에 그는 괌에서 「기계화의 아버지」로 불린다. 인권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80년대 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WAAS)로부터 명예 인문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이종수 기자>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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