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근 3개 스포츠신문의 전·현직 편집국장과 만화가 등 11명을 미성년자 보호법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하자 스포츠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정상급 만화가 13명이 항의표시로 6일부터 무기한 절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당초 검찰의 조치는 문화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이렇게 예기치 못한 결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이번 기소는 근래의 청소년 비행문제와 관련, 검찰이 청소년보호라는 목적과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법적용의 절차에도 무리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 시점에 우리는 개인의 욕구가 억압받고 통제되는 전체주의 속에서가 아니라, 다양한 욕구가 존중되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열린 사회에서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신문은 보도내용의 가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조절할 수 있는 제도권 속의 언론이며, 또한 우리 사회에는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당사자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하여 시행착오를 줄여 가는 민주적인 제도를 갖고 있다.
검찰은 음란폭력성 조장매체 대책시민협의회(음대협)의 고발에서 비롯된 이번 사건을 바로 기소하기 보다는 이러한 민주적 관행과 절차를 선행시키는 것이 보다 타당했을 것이다.
우리는 20∼30대의 성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스포츠신문을 음대협의 도덕적 엄숙주의로만 재단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절차상으로 볼 때 지난달부터 청소년보호법이 시행됐는데도 검찰이 청소년을 보호한다며 미성년자 보호법을 적용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보호를 위한 종합적인 법률로서 타법률에 우선하여 적용되며, 간행물윤리위원회를 격상시켜 보호기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법에 따라 스포츠신문 만화의 음란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간행물윤리위원회의 견해를 존중하는 것이 합당하지 검찰이 먼저 나설 일은 아니라고 본다. 더구나 언론과 만화 등 문화문제는 신중한 기준을 세우고 엄정한 절차를 존중하며 개별적으로 접근할 사안이다. 시민단체의 고발이 있었다고 일괄기소하는 것은 지나친 대응이다.
만화는 그에 관해 일고 있는 시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문화이며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점은 여러번 지적한 바 있다.
때마침 14일부터는 서울에서 지구촌 만화축제인 「97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이 열린다. 한쪽에서 국제적 만화축제를 여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편집국장과 만화가를 재판하는, 정말 만화같은 풍경이 연출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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