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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천국은 지옥이었다/KAL기 추락참사­사고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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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천국은 지옥이었다/KAL기 추락참사­사고 현장

입력
1997.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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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암흑·화염·악취·비명소리/“생존자 찾아라” 필사의 구조/파편 8백m 치솟아… 기체 앞부분 전소/공터 야전병원 설치 헬기동원 긴급후송KAL기가 추락한 아가냐 공항 인근 니미츠 힐 주변은 6일 하루종일 화염과 연기, 진흙탕과 안개, 살려달라는 비명과 구조장비들의 굉음으로 가득한 지옥 그 자체였다. 사고기의 잔해가 니미츠 힐 경사면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으며 흩어진 항공기 동체 부근의 숲은 모두 불에 탔다. 사고기의 앞부분은 동체에서 떨어져 나간채 불에 전소돼 녹아버렸으며 중앙 일부와 꼬리부분만이 비교적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 꼬리부분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태극기와 대한항공의 태극마크가 상황의 처절함을 애처롭게 대변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수마일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까지 「숲속의 화재」를 목격했으며 폭우 속에서도 불붙은 비행기 파편들이 반 마일(약 8백m)가량 상공으로 치솟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장 부근에는 긴급 야전병원도 세워졌다.

한편 이날 하오 더 이상 생존자가 없다는 현장 구조대원들의 판단에 일몰과 함께 시신 발굴작업도 사실상 중단됐다.

○…사고 직후 현장으로 달려간 교민 이성민(44)씨는 『미 적십자사 구호요원으로 사고현장 1.6㎞까지 접근했다. 활주로를 5㎞ 앞두고 비행기가 니미츠계곡을 쳐서 그곳에 있는 송유관을 건드려 현장은 비행기휘발유로 보이는 기름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비행기는 송유관을 20m 긁고 공항반대편 방향으로 앞머리를 돌린채 동체가 세동강 나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 적십자사 구호요원으로 참가해 타고 있는 기체 주변에 물을 뿌렸다』면서 『상오 5시까지 비행기 동체부분에서 화재가 계속돼 고무타는 냄새와 폭발위험 등으로 현장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현지 한인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비행기가 계곡을 넘었으면 그 밑에 있는 수많은 민간인 집을 덮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주변에 방책을 쌓는 모습도 보였다.

○…미 해군 공병대 소속 불도저가 상오내내 사고현장과 60여m 떨어진 인근 도로를 연결하는 통로를 만드느라 부산했다. 이 통로는 하오에 일단 개통돼 구급차와 구조차량 등이 불탄 항공기 잔해에 접근, 본격적인 구조와 시체 수습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주변이 정글을 방불케 하는 2∼3m높이의 참억새류에 둘러싸여 있는데다 새벽녘에 내린 폭우로 니미츠 힐 경사면이 진흙탕으로 변했으며, 기체와 연료가 타면서 나오는 매운 연기와 시체 타는 냄새로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구조대원인 델로스 산토스씨는 『화염에 휩싸인 비행기 창문쪽에서 그림자와 같은 사람의 영상이 어른거리는 것을 보았다』면서 『사고 현장은 마치 거대한 화톳불이 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원 에드워드 포피씨는 『정말 지독한 연기다. 냄새도 냄새지만 앞이 안보여 군 헬기가 상공에서 비춰주는 불빛에 의존해 구조작업을 했다』면서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언덕위로 옮기고 있었으나 수는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직후 현장에는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군요원 1백여명이 긴급 투입돼 어둠속에서 손전등을 들고 구조작업을 벌였으며 미 해군 공병대(Sea Bee)대원들은 특히 생존자를 찾기 위해 동체를 여는데 안간힘을 썼다. 동트기 전까지 2대의 미 해군 CH46 해양정찰 헬리콥터가 생존자들을 병원으로 후송했으며 일부군용 헬기들은 상공을 배회하면서 사고현장을 밝게 비췄다. 자동차로 접근하기가 힘들어 생존자 후송에는 미 해군의 헬기와 4륜구동차량 들이 동원됐지만 가파른 지형과 진흙탕 때문에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현장을 목격한 현지 라디오방송 「코쿠」의 기자인 루디 델로스 산토스는 『거대한 동물같이 화염덩어리가 숲속을 핥으며 지나갔다』고 사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지점인 니미츠 힐 부근에 살고 있었던 그는 당시 비행기 소리가 이상하게 평소보다 가깝게 들리는 듯해 돌아보니 불길에 휩싸인 사고기가 나무를 스치며 지나가고 있었으며 비행기가 지상에 추락한 뒤 완전 정지하기까지 1분여 동안 정글속을 활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장으로 달려갔을 때 정지한 사고기에서 거대한 불길이 계속 치솟아올랐으며 기체 내부와 주변에서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 인근 불도저로 수풀을 밀어낸 공터에는 임시 「야전병원」이 세워져 응급처치를 담당했다. 현장은 이날 하오 늦게까지 교통로가 확보되지 못해 한명의 생존자가 발견될 때마다 일일이 헬기로 실어 나를 수 밖에 없는 실정. 이 때문에 이날 설치된 야전병원은 미 해군병원과 메모리얼병원으로 옮겨지기 전에 긴급한 응급처치를 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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