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필리핀이 벌써부터 대선정국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정권교체를 노리는 야당들은 발빠르게 대통령 후보를 내세워 힘을 모으고 있고 여당은 여당대로 7명의 예비후보가 등장해 피델 라모스 대통령의 「낙점」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과열 조짐에 정작 불을 댕긴 주인공은 라모스 대통령 자신이다. 지난해말 그의 지지자들이 대통령 6년 단임제인 현행 헌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500만명 서명운동에 들어가며 대선 열기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개헌에 반대하는 국민적 저항이 거센데다 대법원이 6월 서명운동을 불법이라고 판결하면서 이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 가라앉게 됐다.
야당은 이 틈을 이용, 저마다 후보를 내세우며 본격적인 선거태세에 들어갔다. 현재 상황은 기선을 잡은 야당측이 유리한 편이다. 최근 민간단체의 여론조사에서는 필리핀 대중당 총재이기도 한 호세프 에스트라다 현 부통령, 마카파갈 전 대통령의 딸인 아로요 상원의원 등이 상위를 달리고 있다.
여당에서도 이에 질세라 차기 대권후보가 난립하고 있다. 대략 「7룡」으로 압축되고 있는 가운데 레나토 데 빌라 국방장관과 로베르토 데 오캄포 재무장관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는 역시 「라모스 재선 대망론」이다. 라모스 재선을 위한 개헌 운동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오히려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대선 정국의 그림은 그만큼 불투명한 상황이다.<윤태형 기자>윤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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