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재계엔 지금 「반지트스키 카피탈리즘」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그대로 옮기면 「깡패 자본주의」라는 뜻이지만 러시아의 일부 신흥재벌이 마치 깡패처럼 국가재산을 빼앗아 「거대 자본화」하는 현상을 비꼰 말이다. 이 말을 만들어낸 사람은 「투자의 귀재」로 꼽히는 미국의 조지 소로스다. 그가 2월 미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러시아의 사유화는 일부 금융자본이 국가재산을 강탈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며 그런 표현을 사용했다. 그런대로 궤도에 오른 러시아 시장경제의 맹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그의 통찰력은 역시 「투자의 귀재」답다.이 말이 최근에야 러시아에서 유행하게 된 것은 소로스의 퀀텀펀드가 러시아의 금융재벌 오넥심방크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 국영통신회사 「스바지인베스트」의 주식 25%를 인수한 때문이다. 더나아가면 주식인수를 놓고 러시아의 내로라는 재벌들간에 벌어진 유치한 「언론전쟁」이 보다 직접적인 원인이다. 입찰에서 패배한 재벌들이 소유 언론매체를 총동원, 이번 입찰을 「반지트스키 카피탈리즘의 전형」으로 매도하고 나선 것이다.
러시아 국영기업의 사유화 과정을 돌이켜보면 「반지트스키 카피탈리즘」의 속뜻을 깨닫게 된다. 당시 「마피아」로 통칭되는 일부 특정자본은 크렘린의 최고위층과 결탁, 알짜배기 국영기업을 거저 줍다시피 했다. 국영기업의 사유화가 은행의 「선 대출 후 주식소유」형식으로 이뤄지던 94∼95년께 일부 재벌의 「몸집 불리기」는 더욱 가속도가 붙었었다. 블라디미르 팔레바노프 전 국가재산위원회 위원장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억달러에 이르는 500여개의 기계 제철 석유가스 등 핵심공장들이 72억달러에 「금융마피아」 손에 넘어갔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특혜금융으로 고속성장한 우리의 재벌그룹을 연상케한다. 재벌들은 특히 「문어발식 기업확장」으로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오늘날 대기업의 연쇄 부도사태가 이미 성장과정에서 부터 축적된 제반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땅따먹기」식 반지트스키 카피탈리즘을 통해 성장한 러시아 재벌의 앞날도 그래서 더욱 위태 위태하다.<모스크바>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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