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대상범 가중처벌·피해자 인권강화 등 불구/타인고소 불인정·성희롱 처벌조항 제외 등 아쉬움/내년 1월 시행 지켜본 후 핵심악법 개정작업 착수여성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특별법 (이하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된지 9개월만에 본회의를 통과, 개정됐다. 이번 개정법은 그간 실효성 논란을 빚었던 성폭력특별법에 상당한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에도 불구, 친고죄(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직접 고소해야한다는 조항)폐지와 성희롱관련법 제정 등 핵심조항이 누락돼 아쉬움을 사고있다.
개정된 특별법은 장애자와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를 가중처벌하고 성폭력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이 강조됐다. 13세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을 비친고죄로 규정한 것이나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를 다룰때 장애인의 범위를 정신장애자에까지 확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성폭력피해자가 심리적 안정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동석을 허용한 것은 피해자보호를 강화한 조치로 환영받고있다.
또 친족에 의한 성폭행의 경우 친족 범위를 「4촌이내의 혈족과 2촌이내의 인척」으로 확대, 의붓아버지나 연하의 친족에 의한 성폭력도 처벌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청소년보호차원에서 신설된 18세미만의 자를 보호하는 자의 신고의무조항은 이를 이행치않을 경우 벌칙규정이 없어 유명무실해질 우려도 있다.
개정된 성폭력특별법에 대한 여성계의 반응은 한마디로 「아쉬움이 많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분위기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인순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성폭력에 대한 정의가 아직도 성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지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한다. 성폭력범죄에 대한 정의는 형법에서 「강간과 추행에 관한 죄」로 규정하고있으나 여성계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은 「동의하지않은 성을 침해한 범죄」. 이는 강간죄가 「목숨을 건 반항」을 요구하고 있어 불가피한 상황에서 강간당한 피해자들이 반항이 미약했다는 이유로 강간죄 판정을 못받는 불합리성을 없애기위한 것이었다.
친고죄는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유지돼온 조항. 그러나 여성계는 친고죄가 성폭력을 유발하지않았느냐는 식의 남성중심적 백안시, 신분노출과 가해자의 보복위협 등을 두려워해 오히려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은폐시키게 만드는 역기능을 한다고 보고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의 고소율은 전체 성폭력범죄의 2%선. 따라서 피해자의 동의아래 타인이 성폭력범죄를 고소할 수 있도록 개정돼야한다고 주장했으나 제외됐다.
또 성희롱문제를 성폭력으로 간주, 형법으로 처벌조항을 만들어야한다는 국회 여성특위의 개정안이 누락됐고 성범죄 고소기간을 1년으로 제한, 정신적 후유증에서 벗어나지못한 피해자가 이 기간을 넘길경우 고소하지못하게 한 조항도 악법으로 지목됐으나 개정되지 않았다.
여성계는 『개정법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만큼 일정기간을 두고 평가하되 핵심 악법들은 각종 공청회를 통해 개정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이성희 기자>이성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