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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교육을 생각한다/고병헌 성공회대 교수·교육학(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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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교육을 생각한다/고병헌 성공회대 교수·교육학(전문가 진단)

입력
1997.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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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위주 교육은 정서불안·탈선초래/더불어 함께사는 대안교육 확산하자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다같은 마음이겠지만 요즘은 나보다는 우리 재영이 재권이가 「나이 먹어가는 것」이 더 마음 쓰인다. 이제 곧 그 무시무시한 「청소년기」에 들어설 테니까. 지금 언론에 보도되는 추세대로라면 우리 아이들이 「학교」라는 곳에 첫발을 들여놓고 나서 「졸업하여 대학에 들어갈 확률보다 도중에 학교 때려치우고 가출해서 본드나 약물, 성문란에 빠지거나 폭력을 행사해서 감옥에 갈 확률」이 훨씬 높아 보인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문화」 「향락문화」를 막지 못한 일차적인 책임을 「공교육의 인간교육 실패」에서 찾는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비난은 과연 정당한 것이며 또 효과가 있을까. 현재 우리 「학교」는 그것을 막을 힘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짐짓 모른척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의 「학교」라는 기관은 한마디로 3분의 1의 승리와 성공을 위해 3분의 2가 패배하고 희생해야 하는 치열한 각축장이다. 남이 가지면 나는 잃게 되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터이다. 여기에는 애초부터 「공존」이란 없다. 학생들에게 「무조건 승리주의」를 신봉하게끔 세차게 몰아붙이는 것이 「좋은 교육」으로 둔갑해 버렸다.

그 결과 마침내 우리 학생들은 무조건―성적으로 안되면 폭력이나 여하한 방식으로든, 이도 저도 안되면 자살해 버리는―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정서불안 환자」가 되어가고, 주체하기 힘든 학교생활에 부대끼는 학생들은 사회의 말초적 유혹에 쉽게 자신을 내맡겨 본드와 약물, 폭주 등 「일탈적 행동」에 탐닉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인공적으로 생긴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텔레비전에서, 만화에서 배운대로 아무 생각없이 「멋있어 보이는」폭력을 행사한다.

우리 아이들이 겪고 있는 문화적 정체적 위기,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명사적 위기의 일차적 책임이 교육에 있다면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매서운 질책에 앞서 이렇듯 중층적으로 다가오는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우리 교육이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한 방법으로는 작게는 이러저러한 다양한 교육공간에서 시대적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교육실천을 만들어 내고, 좀 더 크게는 교육주체들간의 협조와 연대를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새로운 교육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공교육 안이든 밖이든, 사회의 어느 곳에서든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자신을 발견하고 남과 더불어 살게하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오직 문자만이 아니라 현 사회의 제반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읽고 쓸」 수 있는 「사회적 문해능력」도 길러주어야 한다. 바로 이렇듯 작지만 아름다운 교육실천들이 우리 사회에서 그 싹이 하나 둘씩 돋아나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대안교육」이라고 부르고 있다.

작년말에 교육부는 대안학교의 다양한 유형중에서도 특히 「학교 부적응아를 위한 대안학교」를 운영,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나 우려되는 점도 있다. 한편으로는 대안학교에 대한 일련의 지원정책이 너무 서둘러 발표되고 있음으로 해서 정책의 지속성이 염려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교육관이나 교육철학, 교육이념은 바꾸지 않은채 학교를 거부하였든 학교가 거부하였든 아무튼 지금 학교 밖에 있는 아이들을 또다시 「학교」라는 틀로서 수용하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진정 지금의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면 어쩌면 교육부가 서둘러 해야할 일은 모든 공교육 기관에, 교육이념에서부터 행정에 이르기까지 「대안교육」적인 성격이 묻어나게 하는 일일 것이다.

대안교육은 넓게 보아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명사적인 위기에 대한 교육적 대응이며 교육에 대한 아름다운 「꿈」이 구체적으로 실천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현실의 출발」이기도 하다.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 모두가 함께 「처음으로」 교단에 서던 그날의 청신한 마음가짐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처음으로」 초등학교 교문을 들어서던 그날의 설렘과 희망으로, 「처음으로」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던 그날의 감격으로 우리의 교육을 새롭게 만들어갈 때, 그때 비로소 우리 교육은 세상을 바꾸고 아이들을 감동시키는 「변혁의 힘」을 갖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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