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찾으면…” 두려움에 애써 담담/외손녀들 선물 챙기며 들뜬 모습50여년만에 고국방문길에 나선 「훈」할머니는 3일 가슴을 설레면서도 「혹시 가족을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두려움에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훈할머니는 『가족중 부모님을 가장 먼저 만나고 싶지만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나 살아 계실 것 같지는 않다』며 걱정했다. 할머니는 『어린시절 아버지가 어깨에 무동을 태우고 놀아주던 생각이 또렷이 떠오른다』면서 『아버지는 가족중에서도 유난히 나를 사랑해 주셨다』고 말했다. 훈 할머니는 『옛날에 가장 사랑하는 자식을 멀리 두게 된다는 말이 있는데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은 탓에 이렇게 머나먼 이국 땅까지 오게 됐나 보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시나씨를 비롯한 외손녀들은 소풍을 떠나는 어린이처럼 마냥 기쁨에 들떠 있었다. 이들은 2일 하오 『한국에 가서 그동안 할머니를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손지갑, 스카프 등 캄보디아제 기념품을 준비했다.
이들은 선물을 꽃무늬 포장지로 정성껏 싸면서 한국에서 겪게 될 일들을 화제로 얘기꽃을 피우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시나씨는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맏외손녀답게 『할머니 고향과 가족을 찾고 할머니가 어린시절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셋째 잔니(19), 넷째 시눈(17)양은 『첫 외국나들이라 하고 싶은게 많다』며 천진한 재롱을 떨었다. 잔니와 시눈양은 『저는 한국인 피가 25% 섞여 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말을 조금 할 수 있습니다』 등 프놈펜 거주 교포 사업가 황기연씨에게 배운 몇마디 우리말을 앞다퉈 말하며 기자에게 발음 교정과 우리말을 더 가르쳐 달라고 졸라대기도 했다.
○…3일 하오 프놈펜 인근 포첸통 국제공항에는 한국교민들과 한국대표부의 박춘식 부영사 등이 나와 할머니의 고국 방문길을 배웅했다. 교민회 총무 김문백씨는 『할머니가 꼭 가족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며 『고국방문후 프놈펜에 돌아오면 교민회 차원에서 성대한 환영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놈펜 주재 한국대표부(대사 박경태)는 2일 상오 훈할머니와 외손녀 등의 비자를 발급하면서 『적은 돈이지만 훈할머니의 한국방문을 돕고 가족찾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비자료를 직원들이 부담키로 했다』고 밝혔다.<프놈펜=이희정 기자>프놈펜=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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