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개국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새로운 평화체제 구축에 관해 논의하는 일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5일 뉴욕에서 열리는 4자회담의 예비회담은 본회담의 시기·장소·의제 등 단순한 절차 마련을 넘어 핵심 현안에 관해 서로 입장을 타진할 것으로 보아 결과가 주목된다.4개국은 한국전쟁의 참전당사자로서 평화확보에 막중한 책임이 있는 만큼 미완의 평화를 바로잡기 위해 한자리에 모이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번 예비회담에 임하는 4개국의 평화에 대한 처방과 전략은 제각각이다. 한국은 전쟁재발방지, 남북한간의 직접 협상을 통한 새평화협정의 모색과 함께 그때까지 현정전협정체제유지, 그리고 대북식량 등 경제적 지원을 내세워 북한의 성실한 자세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종래의 「연착륙정책」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 재발을 막기 위해 남북한간의 정치적, 경제적 신뢰 구축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신뢰구축 방안으로는 북한과 핫라인(긴급전화)설치, 군사훈련 통보 및 참관 단초청 등을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 당사자간의 직접 협상으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한반도의 새질서 구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북한의 태도로서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북한은 변함없는 한국 배제전략하에 한미 양국에 대해 정치적 공세와 실리추구를 병행할게 틀림없다. 즉 정치적 공세로는 정전협정파기 인정 및 미국과의 단독 평화협정 체결요구를, 실리면에서는 대규모 추가 식량지원, 미국의 경제제재완화와 테러국가명지정 해제, 급속한 관계개선 등을 요구할 것이다. 특히 예비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미군철수문제를 의제로 제기할 뜻을 밝힌 것은 주한미군을 마치 한반도긴장의 원인인 것처럼 강조, 더 많은 실리를 얻어내려는 속셈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북한의 미군철수요구는 예상된 것으로서 한미 양국의 공조체제를 교란, 뒤흔들려는 의도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예비회담에 대한 확고한 자세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예비회담참석으로 머지않아 본회담이 성사되어 한반도에 평화가 구축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미군철수요구 같은 정치적 공세를 파상적으로 벌여 예비회담을 교착시키면서 오직 실리추구에 더 열의를 다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또 갖가지 미묘하고 복잡한 사안과 조건들을 내세워 회담 자체를 무실화시켜 결국 미국과 북한간의 단독협상만이 해결책이라는 계략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예비회담―4자회담이 한반도평화보장의 「만병통치 약」이 아니라 북한을 끌어내고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보고 보다 냉정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물론 북한이 성실한 자세를 보일 때 추가식량지원과 경제협력 등 모든 노력을 다한다는 것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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