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았노라, 키웠노라, 패했노라』이렇듯 아이들이 마음에 안 차 살 맛이 없을 때, 한번 상상해 보자. 내가 죽은 뒤 애들 마음속에 남을 내 모습을. 아이들의 허물과는 비교도 안되는 내 허물들이 줄줄이 나오고 이제부터라도 좀 나은 엄마가 되어 점수를 만회해야겠다는 겸허한 마음이 잠시 든다. 하지만 내 경우엔 그 잠시동안 애당초 될 수 없는 어진 엄마가 되려고 애쓰다가 제 풀에 지쳐 애들에게 더 짜증을 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리하여 내린 결론은 아이들이 저마다 달라 비교하지 않아야 하듯이 우리 자신도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여, 만들어 죄의식을 키우지는 말자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고민량 일정불변의 법칙」은 적용되는 법.
생각해보면 아이가 어릴 때는 어릴 때대로, 훌쩍 커버린 지금은 지금대로 고민은 종류만 다를 뿐 늘 절실했고 같은 짐으로 우리 모두의 어깨를 누른다.
『집에 가서 간식 먹고 학원갔다 와』 테니스코트앞의 비치파라솔아래에서 환담을 하던 어떤 엄마가 학교에서 돌아오던 아들에게 하던 말. 내가 좀더 떠들고 놀자고 상습적으로 아이들이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가게 하는 엄마, 그런 엄마는 되지 않는 것이 나의 첫번째 다짐이다.
어느 날은 동네의 공원속, 전경이 아름다운 찻집에 갔는데 몇 명 엄마들의 커다랗고 열띤 목소리가 아침부터 찻집에 울렸다. 걸스카웃 보장에 뽑힌 아이 엄마가 후원금을 내지 않겠다니 선생님께 말하여 다른 아이로 갈아치우자는 거침없는 한 엄마의 말 때문에 나는 같은 학교 학부형이라는 이유만으로 낯선 그 자리에 가서 한마디 하고 말았다. 내 아이 기 살리기만 소중하고 남의 아이 기죽는 것은 안중에도 없는 겁없는 엄마들, 그런 엄마는 되지 않는 것이 또 하나의 다짐이다. 아이키우기에는 일목요연한 대차대조표가 없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하다. 우리 부모는 살아 움직이는 교과서다. 그러니 너무 비겁하게는 살지 말자.<옥명희 소화출판사 편집부장>옥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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