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창이나 또래의 여자들 만나기가 싫다. 대개 초등학교 저학년 부모인 그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내 자식만 더, 잘…』이라는 교육문제로 집중된다. 제방청소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 목욕탕과 음식점을 온통 휘젓고 다니는 눈살 찌푸려지는 광경은 이제 문제조차 안될 정도다. 부모 스스로는 갈고 닦음을 포기한 듯하면서 「공부 잔소리」만 녹음테이프처럼 틀어댄다. 20점짜리 부모가 100점짜리 아이를 바라보는 게 아닌가 싶다.온몸 교육, 거울 교육이 절실하다. 부모부터 먼저 혁명적으로 바뀌어 보자.
학원에 통째로 맡겨둔 미술 음악 운동을 부모가 배워서 가르쳐보자. 아빠의 스트레스, 엄마의 우울증이 일시에 가심은 물론 자녀와의 대화나 가족문화 엮어가기에도 더없이 좋을 것이다. 3류 포르노, 잡지, 만화 등 저질 대중문화에 방치된 아이들의 손을 잡고 금난새도 들으러가고, 바스키아의 그림도 보러가자. 가는 길에 프랑스문화원에서 아름다운 그림도 만나고 민속박물관에서 우리 고유의 생활 미학 속에 같이 빠져들어보자. 조금만 부지런하다면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도 가슴이 있고 눈이 있다. 자주 시야를 틔워주면 문화를 가려서 즐길 줄 알고 보석처럼 간직할 줄도 안다. 집 바깥에만 한발 나서면 그래도 문화의 천국이다. 아이들을 문화인으로 키워내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다.
북한의 어린이들은 굶고 있는데, 우리는 음식쓰레기가 넘쳐나고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아무래도 안쓰럽다. 명분도 좋게, 그렇게 먹거리를 아껴 아이 손잡고 적십자사에 기탁하는 모습은 「사랑」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할 것이다.
꿈이 없는 아이들, 상상력을 죽이는 교육,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이끌고 갈 21세기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오늘, 부모부터 교육관을 바꾸자. 대통령 바꾸는 일보다 중요할 수 있다. 공부 잔소리를 끊고, 아이들의 가슴에는 꿈, 손에는 책을 쥐어주고 날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 부모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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