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든다고 말 한마디 없이 “펑크”/항공권 부도율 15∼20% 가장 심해/위약금규정 어기는 업체도 잘못/의식개혁 필요… 철도·특급호텔은 그런대로 정착「상오 6시 서울역 출발, 하오 1시 A사장과 부산 B호텔 한식당에서 점심겸한 상담. 하오 4시 김해공항 출발, 하오 8시 서울 C극장에서 아내와 영화관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씨의 빈틈없는 하루다. 예약제도가 있어 가능하다. 개인이 자신의 계획에 따라 시간낭비없이 활동할 수 있는 사회가 선진사회다.
우리나라도 90년대들어 예약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항공기 호텔 열차는 물론이고 영화관 공연장 음식점 등 다양한 직종에서 예약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예약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예약부도율이 높아 정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예약을 하고도 밥먹듯이 부도를 내는 사람들 때문에 선의의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예약부도가 가장 심한 분야는 항공권예매. 국내선이 특히 심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예약부도율은 평일과 주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 15∼20%에 이른다. 이들 「노쇼(NO SHOW)승객」은 탑승권을 구입하고도 비행기를 타지 않고, 환불해가는 얌체족이다. 이들 때문에 비행기는 그 숫자만큼 빈좌석으로 운항하고, 그만큼 다른 사람이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탑승권을 사지못한 사람이 무턱대고 공항에 나가 대기자순번을 받아 기다리는 진풍경도 이 때문이다.
여행사들도 예약부도로 골치를 앓는다. 전화예약자의 절반가량이 말도 없이 「펑크」를 내고 계약금을 낸 경우도 10명중 2명은 취소한다. 코오롱관광 관계자는 『해외여행패키지 상품은 최소단위가 10명인데 출발에 임박해 2명이상 취소하면 일정자체가 취소된다』며 『일찌감치 예약해 놓고도 떠나지 못하게 된 고객들을 달래느라 곤욕을 치르는 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승차권예매제를 실시중인 철도나 외국인이 주고객인 특급호텔의 경우는 대체로 잘 정착되고 있다. 철도청에 따르면 올들어 5월말까지 승차권예매자 1백31만명 가운데 노쇼승객은 2만6천명, 부도율은 2%선이다.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특·1급호텔들도 2%선이다.
예약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이용자와 시행자 양자의 의식이 함께 개선돼야 하는데도 그같은 노력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고객이 「무서워」 위약금(예약취소수수료)을 제대로 물리지 않는다. 양 항공사 모두 「국내선에 한해 요금의 10%를 물릴 수 있다」고 약관에 규정돼 있으나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전액 환불해주고 있다. 위약금부과 약관을 스스로 사문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행사들이 성수기에는 항공권을 대량으로 구입, 일반인의 예약을 상당부분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유진희 사무총장은 『예약시 신용카드번호를 함께 알려줘 위약시 약관에 따라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등 예약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의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김상우 기자>김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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