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몸을 통해 ‘오늘의 문화’를 본다/‘텍스트로 본 육체’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몸을 통해 ‘오늘의 문화’를 본다/‘텍스트로 본 육체’전

입력
1997.08.01 00:00
0 0

◎젊은 작가 19명이 다양한 이미지작업 통해 육체란 무엇인가 그 본질을 독해90년대 문화담론의 중심은 몸이다. 6일부터 24일까지 금호미술관(02―720―5114)에서 열리는 「텍스트로서의 육체」전은 인간의 몸을 통해 이 시대의 문화상황을 독해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의 「신체없는 기관, 기관없는 신체」전의 연장선상에 있다.

90년대 미술에서 육체가 주요한 테마로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시기획을 맡은 박영택(금호미술관 큐레이터)씨는 『정체성의 위기에 대한 자각, 이성중심주의적 가치관의 퇴조와 붕괴 등은 육체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자아를 인식하고 규정하는 가장 구체적인 근거로 육체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성과 욕망, 육체의 문제가 전면에 드러나는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큰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전시회에는 강홍구 구경숙 권여현 김영헌 김인태 김준 김현희 방지현 신민주 신혜경 육태진 이강우 이수경 이윤태 장희정 조헬렌 최영희 최지안 홍영아 등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주목받는 작가 19명이 참여했다.

컴퓨터 합성사진을 이용해 할리우드 스타의 이미지에 자신을 투사시키는 강홍구, 변장한 모습을 사진에 담아 육체속에 숨겨진 다양한 자아를 표현한 권여현, 영화포스터를 재구성해 이미지화한 육체를 보여주는 홍영아씨 등은 영상매체의 이미지 속에서 육체를 발견하는 「90년대식 육체읽기」를 보여준다.

병들고 불완전한 신체로 「쭉 빠진 아름다운 육체」에 대한 강박증을 꼬집는 이윤태, 신체의 부분을 찍은 인화지를 사각형의 나무틀에 넣어 제도와 틀에 얽매인 신체를 보여주는 김원희는 권력과 제도, 다양한 문화적 맥락 속에서 육체를 바라보게 한다.

여성작가들의 관심은 육체를 감싸는 피부와 옷입기라는 구체적인 체험으로 모아진다. 작업도 오리고, 붙이고, 꿰매는 수공업적인 방식이다. 신혜경은 스치로폴에 한겹 한겹 한지를 붙여 새로운 몸을 만들어내고, 구경숙은 옷만들기를 통해 육체를 기술하는 여성만의 방식을 보여주려 한다. 최영희는 시커멓게 염색한 검은 드레스에 핏빛 가시를 꽂아 공주신화를 해체하며 여성을 바라보는 관습적인 시선에 도발적으로 대응한다.

육체를 설명하는 작가들의 언어는 그러나 살아있는 육체를 따를 만큼 실감나지 못하다. 이는 육체에 대한 90년대의 상상력이 아직도 관습과 제도, 사회적인 구속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증명하고 있다.<김미경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