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따로 행동따로 이중적 가치관 보이는 어른들이 먼저 반성·모범을 보여야 한다어느 교양있는 부모가 일곱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놀이동산에 나들이를 갔다. 매표소 앞에서 표를 사려는데 「6세이하 무료」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곧 부모는 아들에게 『누가 물어보면 여섯살이라고 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부모를 바라보며 반문했다. 『나보고 거짓말하지 말라더니 지금은 거짓말을 하라고?』 이것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우리의 모습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어 지금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며 커다란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무엇이 우리 청소년을 잘못되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 되돌아 보지 않는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혹자는 작금의 사태를 일부 청소년에 국한된 문제로 여기거나, 자신의 자녀와는 상관없는 문제로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겉으로 갈등을 폭발해 버린 청소년뿐 아니라, 내적인 갈등을 겪고 있는 폭발 직전 잠복기의 청소년들을 포함한다면 우리 청소년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있는 부모는 없다고 본다. 무엇이 우리 청소년들을 폭력배, 술집 아가씨, 심지어 부모를 때리는 패륜아로 만들었을까. 표면적인 원인은 스스로 갈등을 이겨내고 인내할 줄 모르는 청소년 자신에게 있는듯 보인다. 어른들 입장에서 보면 『그 옛날 배고픈 시절에도 그러지 않았는데…』하며 혀를 찰 노릇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청소년들의 정신력을 허약하게 하였는지,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그들에게 우리가 가르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들에게 가르친 가치관을 살펴보자. 부모들은 항상 옳은 말을 한다. 그러나 정작 행동해야 할 상황에서는 스스로 한 말을 부정해 버린다. 정직을 이야기하면서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 남을 도우라고 하면서도 자기 실속만 챙긴다. 이런 이중적인 가치관 속에서 청소년들은 혼란스러움과 기성세대에 대한 경멸감을 경험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그들에게 가르치는 가치관의 일면이다.
청소년 문제가 심각해진 데에는 내 자식만 중요하고 남의 자식은 어찌돼도 상관없다는 소집단 이기주의적인 의식도 한 몫을 했으리라고 본다. 학교 촌지문제를 옳다고 여기는 부모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촌지 수수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일단 내 자식이 귀여움을 받고 인정을 받고 보자는 심리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가출한 남의 딸들을 데려다가 술집 접대부로 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일들이 자기 자녀의 발등을 찍는 행위인지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생님과 부모 사이에 돈봉투가 오가는 것을 자식들이 모르리라고 믿는다면 바보다. 그 모양새를 보는 청소년들에게 선생님이 스승으로 보일리 없다. 밤마다 술집에서 자신을 농락하던 아저씨들이 대낮에는 비행 청소년이라고 자신을 점잖게 나무라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들 훈계 말씀에 잘못을 반성할 리 없다. 모범은커녕 사회의 부조리를 잘 축소해서 청소년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것이 요즈음 어른들의 모습이다.
우리 가정의 구조 해체도 청소년 문제에 한 몫을 했으리라고 본다. 나약하거나 아니면 턱없이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과보호에 지나친 간섭만 하는 어머니들은 전통적인 엄부자친형도 아니고 서구적인 친구같은 부모형도 아닌 이상한 가정을 이룬다. 더구나 자식들은 공부라는 핑계만 대면 만사형통이다. 이런 가정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르칠 수 있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물론 어른들도 부모의 입장에서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사회구조상 촌지를 건네지 않으면, 또 순간 순간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불이익을 겪는다. 입시 제도가 그러니 일단 자녀들을 통과시키고 봐야 할 것 아니냐는 항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이 문제를 사회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있을 수는 없다. 먼저 가정에서만이라도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고 지켜 나가야 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어야 한다. 인생을 가치있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부모들을 통해 배울 수 있을 때 청소년 문제의 매듭이 풀리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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