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숙한 화술로 경륜 유감없이 발휘/탄탄한 논리 파고드는 질문 아쉬워김대중 후보는 30일 밤 토론회에 나오기 앞서 거울을 바라보며 분장할 때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김후보는 토론과 논리전개에 자신만만해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있는 TV토론회를 내심 즐겁게 여기며 크게 환영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김후보 진영에는 「5리3계」라는 대선 전략용어가 정착 해있다. 이는 김후보 머리속에서 나온 대선 지침이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정권교체를 하기에 분위기가 좋다고 보고 다섯가지 유리한 조건(5이)을 열거했다. 그중에는 『TV 토론이 정책구상을 전개하는데 유리하다』는 대목을 비롯, 『국민은 패기있는 사람보다 경험있고 준비된 사람을 선호한다』는 부분도 있다.
과연 김후보는 TV 탤런트가 하듯이 윗호주머니에 손수건까지 꼽고 나와 끊임없이 미소짓는 얼굴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그는 기조연설 첫머리부터 TV토론을 통해 전국 구석구석의 유권자와 접촉할 수 있게된 기쁨을 강조하며 『가능하면 저를 잘 봐 주셨으면 한다』고 말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가 TV의 조화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는 40분동안 진행된 정치분야에서 부터 능력을 보여 주었다. 스스로 토론자임을 다시 한번 과시 한것이다. 그는 대통령제 신봉자가 하루 아침에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민련이 주장하는 내각제를 수용한 이유를 캐묻는 질문에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대통령중심제를 양보하고 차선책으로 내각제를 수용할 생각』이라고 답변 했다. 패널리스트가 이념이 다른 자민련과 두말없이 손을 잡은 김후보의 지조없음을 탓하자 『당의 통합이 아니라 연립정부 입장의 정권 참여, 정책 협정으로 50년 여당 당선구도를 깨자는 것』이라고 대응했다.
김후보의 화술은 뛰어나다. 그 스스로 미국에 건너가 한반도 위기를 해소했다고 자랑한 화술은 TV 체질에 맞는 듯 보였다. 김후보는 또 좀처럼 함정에 빠지지 않는 노련함을 보였다. 『기업의 건전한 정치자금을 받겠는가』하는 물음에 말려들 듯 하다가 별안간 깨닫고 『공영자금 제도안에서 합법적으로 받겠다』는 대답으로 탈출했다.
이런 김대중 후보의 능력과 체질은 그가 겪은 풍찬노숙의 경력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 정도로 노련한 후보를 검증하는데는 논리적이고 감성적인 소수의 패널리스트와 마주 앉게해 한층 구체적으로 파고들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정책의 약점부분을 더 찾아 봐야 할 것이다.
그는 자기가 갖고 있는 「논리적 완벽성의 단점」에 대해 앞으로의 사회에 적응할 감성적 요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회의의 TV토론 대책을 맡은 김한길 의원은 『김대중 후보의 굴절되지 않은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겠다』고 장담했다. TV토론회 대책회의에서 김한길 의원이 김대중 후보에게 주문한 것은 「논리적」인 말투를 뜯어 고쳐 방송에 맞게 「이야기꾼」처럼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것 이었다.
리허설에서 김후보는 『아들에게 의원직을 준 것이 부자세습 체제가 아니냐고 공격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예상질문도 상정했다고 한다. 이런 질문에는 웃음을 유도하고 경쟁자의 아픈곳도 찌르는 방송체질에 맞는 말솜씨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들린다.
유권자들은 김대중 후보같이 논리적인 완벽성을 가진 인물까지 탤런트화하는 TV매체의 조화를 숙지하고 토론을 평가하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전 언론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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