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개 금융기관들 참여 “자구계획서 현실성 결여”/김 회장 “한번더 기회달라” 경영권포기 거부 밝혀○…8월1일로 회의를 연기하기로 한 채 아무런 결말 없이 끝난 1차 채권금융기관대표자회의에서 채권은행장들은 자구노력 및 경영권 포기 문제와 관련해 1시간여 동안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을 집중 추궁해 재판정분위기를 연출했다.
무려 59개 금융기관들이 참가한 이날 회의에서 시중은행장들은 의장인 유시열 제일은행장의 총론 설명이 끝나자마자 기아그룹의 자구계획서가 현실성과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이에 대기중이던 김회장은 단상에 올라 침울한 어조로 준비된 자료를 읽으며 기업현황 및 자구계획을 설명했다.
○…이관우 한일은행장은 경영권 포기각서 및 임원들의 주식포기 각서 제출과 부동산 매각 추진 현황 및 인력감축과 급여반납에 관한 노조의 동의서 제출 등 자구노력을 철저하게 이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계속 따졌다. 이행장은 또 아시아자동차 광주공장 부지 매각 계획과 관련, 『원매자가 있는지 또는 가격협상을 했거나 계약을 체결했는지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회장이 『원매자는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시가도 상당히 높다』고 답변했다. 나응찬 신한은행장도 『매매계약을 체결했더라도 98년까지 거금을 납부하기가 어렵다』며 『부동산을 팔아 98년부터 부채를 갚겠다는 자구계획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명호 주택은행장은 『계열사들을 분리하거나 매각하는 것과 관련해 상호채무보증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행장들은 또 『현재 기아의 단체협약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데도 노조의 동의가 필요한 실정』이라며 『8천8백35명을 연말까지 감축하고 평사원 봉급의 절반을 반납한다는 자구계획에 대한 노조의 동의서를 제출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최대 쟁점이었던 경영포기각서제출과 관련, 김회장은 경영권포기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기아자동차 등이 부도유예협약 대상으로 지정돼 나라경제를 어지럽히고 각급 금융기관들에 우려를 끼친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으나 『한번 더 기회를 주면 현재 사태에 대해 깊이 참회하는 각오로 기업을 회생시키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호근 제일은행이사는 회의가 끝난뒤 채권금융기관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경영권포기각서를 받을 때 사표를 함께 받을 수도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을 비롯, 주요 채권은행장들은 회의 전날 이미 회의를 연기하기로 사전 의견조율을 마친 것으로 밝혀졌다. 은행장들은 제일은행측이 제시한 자구계획과 김회장의 경영권포기각서를 검토한 결과 도저히 추가자금제공 등 지원을 해줄 수 없는 수준이라는데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장들이 이처럼 강경한 자세를 고수한 데는 앞서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된 진로 대농의 경우 경영권포기각서와 자구계획실행을 놓고 은행이 끌려다녔다는 인상을 줬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김동영·김준형 기자>김동영·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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