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채권사 퇴직보험금으로 대출상계 요구/수원지법선 우선변제조항 위헌제청신청/회사 망하면 한푼도 못받는 상황 올수도진로그룹 채권보험사들이 종업원퇴직보험 적립금으로 대출금을 상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퇴직금을 우선변제토록 한 근로기준법 조항이 위헌소지가 있다며 법원이 직권으로 위헌제청을 제기, 우리나라 월급쟁이들의 최후 보루였던 퇴직금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회사가 부도나면 퇴직금도 못받게 될 상황이 닥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25일로 부도유예협약기간이 끝난 진로그룹의 채권보험사들은 종업원퇴직보험으로 대출금을 상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보험사들은 진로측에 노조의 종퇴보험 해지동의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진로그룹이 부도가 날경우 담보가 없거나 부족한 여신은 회수하기가 불가능해질 것이란 판단에 따른 예방조치이다. (주)진로에 87억원의 순 신용여신을 갖고 있는 K생명보험은 자사에 가입된 (주)진로의 종업원퇴직보험 125억원에서 여신을 상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퇴직금은 모든 채권에 우선하도록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퇴직보험의 경우 종업원측이 해지동의서를 제출, 보험이 해약되면 상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진로 계열사에 대한 보험업계의 여신가운데 순 신용 여신잔액은 약 600억원이며 진로의 종퇴보험 적립금은 350억원 규모. K보험뿐 아니라 진로계열사의 종퇴보험을 예치하고 있는 여타 보험사들 역시 상계처리의사를 진로측에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진로 노조측은 다음주중 계열사 노조대표 비상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종업원의 퇴직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29일 수원지방법원이 퇴직금을 우선변제토록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37조 2항에 대해 이달초 제기한 위헌제청신청을 받아들여 이를 심리키로 결정했다. 수원지법은 95년 부도가 난 H공업사 종업원들을 상대로 중소기업은행이 제기한 「임금 및 퇴직금 배당이의 소송」심리과정에서 직권으로 위헌제청을 신청했다. H공업사에 10억8,000만원을 빌려줬던 기업은행은 부도후 이 기업에 대한 경매처분으로 6억 3,000만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1억1,400만원이 종업원 19명의 퇴직금 등으로 우선변제돼 회수가 불가능해지자 퇴직금을 전액 우선변제한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수원지법은 제청결정에서 『퇴직금 전액에 대해 무조건 모든 담보물권에 우선토록 한 것은 담보권자에게 불합리하게 손해를 강요, 근로자와 담보권자를 차별함으로써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이러한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노총 정책실 김종각 선임연구위원은 『퇴직금은 근로의 대가로 발생한 임금채권이자 생존권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라며 『기업의 운명에 따라 퇴직금마저 못받게 되는 상황은 노동자들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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