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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후보 TV토론을 보고/안병찬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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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후보 TV토론을 보고/안병찬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입력
1997.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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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분명한 답변 노력 인상적/경력관련 되풀이되는 질문 ‘흠’김종필 후보에 대한 TV토론회는 분위기가 봄바람처럼 사뭇 부드럽다. 사회자의 행동거지와 어조가 그렇고 패널리스트들의 질문태도가 유연하다. 형사가 취조하듯 하는 인사 청문회와는 대조적이다. 이런 진행 형식이 달나라 같이 고립적인 스튜디오 무대 설정과 어울려서 점잖고 정중하기 짝이 없는 「대화의 장」(토론의 장 보다는)을 만들고 있다.

29일 밤 「달나라 스튜디오」에 나온 김종필 후보는 10년쯤 젊게 분장하고 출연했다. 지난 일요일 자민련 변웅전 홍보담당 위원장에게 6월에 한국일보와 SBS가 주최한 대선후보 주자 시민포럼때 카메라 앞에 앉은 김종필 후보 얼굴이 피곤한 표정이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대책을 세웠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방송인 출신인 변위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앞으로 절대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총재 본인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보이기를 고집하기 때문에 그랬으나 앞으로는 절대 그런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그래서 인지 김종필 후보는 자민련 총재실에 임시 스튜디오까지 만들어 놓고 실전연습을 하고 나온 처지다. 김종필 후보는 나이가 60대인 것처럼 젊어 보였다.

TV 카메라앞에 나갈때 출연자가 분장하는 것을 놓고 어떤 분장담당 스태프는 『카메라와의 약속때문』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대선의 변수로 떠오른 TV 토론회에 임하는 김종필 후보는 어느 때보다 「카메라와의 약속」을 의식한 분장을 했다.

나는 김종필 후보 같은 풍운의 정치인, 불침의 정치인에게 되풀이되는 질문은 던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를 향해서 5·16쿠데타의 주역, 유신정권의 산파, 박정희 숭배자, 중앙정보부의 창설자라고 던져보는 질문은 부질 없다. 그는 벌써 수십번이나 공개토론회에서 이같은 질문에 면역성을 키워 놓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은 시간 낭비다.

김후보는 이날 우회하는 답변, 모호한 답변, 동문서답식 답변으로 질문의 창끝을 피하던 수법을 지양하려는 듯 비교적 짧고 분명한 답변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주로 이필상 교수가 던진 경제 분야 물음에서는 「원론적」수준에 머물렀다. 경제 회생방법을 묻는 질문에 물가를 잡아야 한다, 금리를 낮춰야 한다, 임금은 생산비 안에서 지급해야 한다 등 제꼬리 무는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 했다. 취업난 해결대책을 묻는 질문에도 『경제가 회생해야 일자리가 생긴다』고 역시 내용 없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가 솔직했던 부분은 골프를 치면서 물가에 시달리는 서민의 고통을 아느냐는 물음에 『집에 들어 앉아 있으면 무엇 하겠는가, 분수에 넘지 않는 생활을 하면 된다』는 대목 정도였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강조한 「산업화 공신」치고는 정책대안이 부실했다.

시청자(유권자)는 알아야 한다. 현실세계의 이미지가 TV를 통해 프로그램으로 바뀌자면 적절한 기술적 기호체계와 결합해야 한다.

TV의 고유한 영상언어가 갖는 기호체계는 카메라 기법, 편집, 조명, 음악, 음향 효과, 배역, 무대, 장치, 의상, 분장, 액션, 대화의 9가지이다.

유권자들이여, 이런 TV의 조화를 꿰뚫어 토론회를 주시 해보자.<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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