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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 인수 생각있다

입력
1997.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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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대 메이커 도약 의욕·삼성 견제위해 ‘눈독’/공식적으론 부인… 그룹내 현대자 지분정리가 관건현대그룹이 기아자동차에 마음을 두고 있다. 기아그룹의 부도유예협약 적용이후 『현대그룹은 기아자동차를, 대우는 아시아자동차를 각각 나누어 인수키로 의견을 모았다』는 말들이 나돌았으나 현대나 대우는 이를 부인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말들은 한보철강 해법이 제시된 이후 해당기업의 부인에도 불구, 더욱 노골화하는 분위기다.

현대그룹은 포철과 동국제강이 공동으로 한보를 인수하겠다고 발표된 29일 『의아스럽다. 그러나 한보철강 입찰에 참여치 않겠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보철강 1차 입찰을 전후해 『우리도 인수할 의사가 있다』며 비공식적으로 한보를 언급한 삼성에 대해 아주 민감하게 반응했던 현대가 공식적으로 인수하겠다고 나선 포철과 동국제강에 대해서는 무덤덤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조건만 맞으면 한보철강인수를 검토할수 있다」며 한보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던 현대로서는 분명 히 큰 변화다.

현대그룹의 이같은 변화에 대해 재계는 『기아자동차 문제가 불거진 이후 현대그룹의 계획에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보를 인수해 철강업에 진출하려던 계획을 기아자동차인수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해석이다.

현대그룹은 물론 공식적으로는 이같은 분석을 일축하고 있다. 현대그룹 문화실 이영일 전무는 『기아자동차의 조기 정상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그룹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현대의 기아자동차 인수설은 26일 종합기획실 회의에서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무진들의 견해는 다르다.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은 『현대의 기아자동차 인수는 여러측면에서 가능하다.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면 2000년 세계 10대자동차사를 목표로 하는 현대자동차의 GT-10 계획이 일거에 달성된다. 기아자동차를 인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선두주자로서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 톱10으로의 계획을 앞당길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3일 현대자동차 박병재 사장이 통상산업부에 들렀던 것도 이같은 현대의 계획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의 GT-10 계획은 2000년에 240만대 생산체제를 갖춰 세계 자동차시장의 4%를 차지하는 진정한 세계 10대 자동차사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현대의 국내공장 승용차 생산능력은 117만5,000대이고 기아는 10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한다면 2000년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막바로 GT-10계획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현대의 기아인수계획은 또 미래 경쟁자인 삼성에 대한 사전 봉쇄의 의도도 담고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이 자동차부문에서 경쟁자로 나서기 전에 쐐기를 박자는 것이다. 현대 관계자는 『기아 근로자나 국민정서도 다른 기업보다는 현대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로서는 그러나 기아를 공식 인수하기까지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 현대자동차의 지분문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하는 문제다. 기아인수를 위해서는 그룹차원의 자금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과 정몽구 그룹회장간 현대자동차에 대한 지분정리가 이루어져야 「현대의 기아인수계획」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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