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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정책 과연 있는가

입력
1997.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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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소각에 2001년까지 1조4,000억원 투자/그러나 재활용지원예산은 지난해 300억 불과/관련법률 미비하고 ‘폐기물예치금’도 유명무실폐기물 재활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반론이 없다. 매립이나 소각에 따른 처리비용을 절감하고 침출수와 악취, 유독 잔재 등 각종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또 자원 이용률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당장의 경제적 이익은 물론, 장기적인 자원보호의 의미도 크다. 한국자원재생공사에 따르면 생활쓰레기중 폐지 폐플라스틱 폐유리병 고철 등 4대 품목의 재활용률을 현재보다 5%만 높이면 연간 3,195억원의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막대한 사회적·공적 이익에도 불구하고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체는 쓰레기정책에서 재활용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쓰레기 관련 예산 내역을 들여다 보면 이런 주장이 공허해 진다.

정부는 2001년까지 쓰레기 소각 비율을 20%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1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부터 매년 3,000억원 정도를 투입하는 셈이다. 또 환경부의 폐기물처리 예산 가운데 소각시설 설치지원금도 지난해 215억원에서 올해 623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책정한 재활용산업 육성자금은 300억원에 불과하다. 대형 쓰레기 소각장 1개소 건설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이다. 지난해 173억원이 넘었던 폐기물 회수처리 사업자 지원자금이 올해는 전혀 책정되지 않은 것도 정부의 재활용 의지를 의심케 한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지난 3년간 전체 폐기물 처리예산 가운데 재활용 관련 예산은 전체의 3%. 소각에 쓰인 48.8%와 크게 대조된다.

재활용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법률적 근거도 없다. 폐기물관리법 폐기물처리시설법 등이 있지만 재활용 사업 활성화를 위한 일관된 지원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통일된 법률과 기준이 없다 보니 지자체마다 재활용품 처리 방식이 제각각이다. 여러 지역의 재활용품을 한 곳의 생산공장에 모아 놓으면 처음부터 다시 분리해야 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다.

공공기관의 재활용품 의무 사용규정도 허술하다. 정부는 재활용품 우선구매·사용기관을 지난해 90곳에서 114곳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환경부 지침은 해당기관이 복사용지의 90%, 두루마리화장지 공책 봉투 파일표지 책표지 세탁비누 결재판 등은 100% 재활용품을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지침일 뿐 해당기관은 아무런 의무를 지지 않는다.

폐기물 예치금제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애초의 취지인 수거율 제고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생산업체로부터 일정액의 금액을 미리 예탁받아 폐기물 수거·처리업체를 지원하는 이 제도의 활용률, 즉 예치금 회수율은 95년말 현재 13.7% 수준이다. 맥주병의 경우 공병회수금 50원이 소비자가격에 포함돼 있지만 소비자들은 실제 20∼30원 정도만 돌려받고 있는 실정이다. 수집상들은 『수거해서 운반하는 비용과 파손되는 비율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제값을 돌려주기 힘들다』고 말한다. 폐기물 예치금제도가 재활용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수집상들을 유인할 실질적인 동기를 제공해야 한다.

지난해 집하장에 누적된 재활용 폐기물은 2만7,000톤. 95년 1만500톤에서 무려 1.5배나 늘었다. 분리수거가 정착돼 가고 있지만 재활용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와 재활용품 가격하락, 기반시설 부족 등으로 채산성이 떨어진 것이 주요인으로 지적된다.

환경단체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책은 간단하다. 정부가 재활용 사업체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 환경운동연합 양장일 정책팀장은 『재활용 산업은 환경보호 효과는 물론 자원절약과 환경비용 절감 등 국민경제 차원에서 이익이 엄청나다』며 『정부의 확고한 정책의지와 실질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상연 기자>

◎제조업체 ‘절반의 책임’/재활용 쉽게 디자인·포장 등 개선해야

재활용 쓰레기 처리는 재활용업체만의 몫이 아니다.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제조업체가 제품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치밀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뚜껑을 돌려 따면 병주둥이에 링이 남는 드링크제, 안쪽에 기름종이를 바른 플라스틱 세제 용기, 철제 뚜껑을 씌운 PET병…. 이런 제품이 재활용의 「적」이다. 복합소재를 사용하거나 포장 구조가 복잡한 제품은 재활용 공정을 몇배나 까다롭게 만들고 분리배출을 번거롭게 한다.

「파스퇴르 우유」를 담은 병은 뚜껑에서부터 몸체, 라벨까지 모두 폴리에틸렌(PE)으로 만들어져 있다. 재활용을 위해 일일이 뚜껑을 벗기고 라벨을 뜯어낼 필요가 없다. 수거한 뒤 압축단계만 거치면 돼 인건비와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분리배출이 편하다. 한국자원재생공사에서 제안하는 제조업체 재활용 덕목 1호인 「제품 포장재의 재질 통일」을 잘 실천한 사례다.

요즘 소주병은 뚜껑을 돌려 딴 뒤 주둥이에 링이 남지 않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소주병을 수거한 재활용업체는 이 링을 일일이 뜯어내야 했다. 제조업체에서 한번에 마개가 다 제거되는 원터치캡을 사용한 뒤부터 공정이 크게 줄었다. 최근 국내 맥주병에도 등장한 트위스트캡은 병따개로 따야 하는 마개와는 달리 코르크 성분이 들어있지 않아 마개를 고철로 재활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복합재질을 사용해 재활용이 불가능하던 자동차 범퍼도 최근 PE 단일재질제품이 개발돼 재활용이 가능해 졌다.

제조업체의 무관심으로 멀쩡한 제품의 재활용이 불가능해 지기도 한다. J사의 세탁용 세제 플라스틱 용기는 습기가 차는 것을 막기 위해 안쪽에 얇게 기름종이 코팅을 해놓았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 재활용이 어렵다. 일일이 기름종이를 벗겨내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껏 분리수거돼도 매립하는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재활용과 관련한 제조업체의 노력이 중요해 지자 환경부도 제조업체나 수입업자에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TV 세탁기 등 가전제품의 경우 생산업체가 포장재를 수거하도록 의무화한 것 등이다.

환경부 폐기물재활용과 홍준석 과장은 『재활용을 활성화하려면 재활용 공정 이전에 쓰레기가 적게 나오고 재활용이 편하도록 생산·포장단계에서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며 『제조업체 스스로 재활용 지침을 만드는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김경화 기자>

◎재활용과 거리 먼 농촌쓰레기/폐비닐·농약병 등 버려지는 양 늘어도 일손달려 방치 일쑤

농촌 쓰레기는 즉각적, 직접적인 환경오염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도시 쓰레기보다 한층 치밀한 분리수거·관리가 요구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강원 횡성군에서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여·53)씨. 『분리배출의 필요성을 알고는 있지만 농사일에 바빠 신경 쓸 겨를이 없네요. 되도록 마을 공동 집하장이나 도로 근처에 내다 놓으려하지만 워낙 일손이 달려 그냥 태워버릴 때도 많아요』

원주시와 횡성군 일대의 농촌 재활용 쓰레기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 자원재생공사 원주사업소는 직원 12명과 차량 5대가 고작이다. 양형종 소장은 『빠짐없이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기에는 힘이 부친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재활용 쓰레기 발생량은 거의 변화가 없는데도 수거량은 줄어 들고 있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농촌 재활용 쓰레기의 대부분은 폐비닐과 농약·제초제병. 폐비닐은 94년 47,218톤 수거됐으나 95년 수거량은 42,268톤으로 5,000톤 정도 줄었다. 발생량이 94년 92,694톤, 95년 91,769톤이었으니 결국 4,000톤 정도의 폐비닐이 들판에 더 버려진 셈이다.

한국 자원재생공사 관계자는 ▲아직 주민들의 인식이 부족하고 ▲지자제 실시후 자치단체의 협조가 더욱 소극적으로 됐으며 ▲장비 현대화로 오히려 소량의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곤란해진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횡성군 안흥면사무소 신동연씨는 심각한 농촌 인력 부족과 고령화 현상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손이 달리다 보니 김매는 노력이 덜드는 「비닐 경작」이 보편적이 되고 제초제 사용이 늘어 폐플라스틱병도 따라서 늘었지요. 쌀시장 개방후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특용작물재배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전통적으로 마을의 궂은 일을 도맡아 온 청년회와 새마을 부녀회 조직이 와해되다시피 했으니 누가 분리 배출을 주도할 수 있겠습니까』<황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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