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협상·법원승인 등 “큰 고비”/근로자 처리문제도 파란 예상포철과 동국제강의 인수선언으로 공전을 거듭하던 한보철강 「주인찾기」작업이 급진전되고 있다. 한보철강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제일은행(주거래은행)은 포철·동국제강측이 제의한 「자산인수방식」에 긍정적인 검토입장을 밝혔고 재계와 금융권도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당초 한보철강의 회생을 위해 제3자 인수를 추진해 왔던 제일은행측은 회사청산을 전제로 한 「자산인수방식」에 부정적 반응이었다. 그러나 원매자를 찾지 못해 거대한 부실을 떠안고 갈 바에는 매각방식을 바꾸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처분하는게 낫다는 판단에 따라 현재 자산인수방식의 후속절차 및 득실계산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한보철강의 최종인수까지는 몇가지 큰 고비가 남아 있다.
최대쟁점은 역시 가격. 채권단이 평가한 한보철강 자산가치는 약 4조9천억원인 반면 포철·동국제강이 밝힌 인수가액은 2조원선에 불과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보철강 총부채가 6조6천억원인데 2조원에 판다면 결국 4조원 이상을 떼이는 셈』이라며 『자산가치 4조9천억원을 다 받기야 어렵겠지만 2조원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밝혔다. 따라서 인수가격을 둘러싼 채권단과 포철·동국제강간 힘겨루기는 불가피하며 적정 「네고가격」이 형성되지 않을 경우 인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번째 난관은 「빚잔치」를 둘러싼 채권자간 갈등. 자산인수방식이란 인수자가 부채는 손대지 않고 자산가격만 지불, 이 돈을 채권자들이 나눠갖는 일종의 「빚잔치」다. 아쉬운 쪽이 채권단인 만큼 4조원(채권단요구액)보다는 2조원(포철요구액)에 가까운 선에서 흥정이 이뤄질 전망인데 총부채에 턱없이 못미치는 이 돈을 놓고 채권자간 갈등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4조원을 받는다해도 총부채와의 차액 2조6천억원은 누군가가 손해를 봐야 한다.
한보철강 공장설비 및 부동산은 대부분 은행담보로 설정돼 있다. 따라서 은행들은 『담보가 있는 채권자가 당연히 우선순위를 갖는다』는 입장이나 무담보 신용거래를 해온 제2금융권은 『은행들이 담보순위에 따라 매각대금을 회수하면 우리에게 돌아올 돈은 하나도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다음달 1일 채권단 운영위에서 이 문제를 둘러싼 은행·2금융권간 심각한 대립이 예상된다. 특히 물품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나 사채업자들은 채권회수가 2금융권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보여 큰 파란이 예상된다.
세번째 관문은 법원의 승인. 법정관리절차가 진행중인 한보철강은 회사의 자산변동과 지위변경에 관한 모든 사안을 법원에 승인받아야 한다. 이미 재산보전처분 결정이 내려져 사실상 법정관리상태에 있는 한보철강을 자산인수방식으로 매각하려면 ▲한보철강 대표이사가 법정관리신청을 취하하거나 ▲법원이 회사정리절차 개시결정(9월 예정)을 직권으로 기각, 실질적 회사청산에 들어가야 한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법정관리란 「회사회생」을 위해 채권채무를 동결하는 것인데 과연 법원이 「회사청산」을 전제로 하는 자산인수방식을 승인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한보철강 근로자의 처리문제도 잠복된 불안요인이다. 자산인수방식에 의해 올초 포철로 넘어간 삼미특수강 창원공장의 경우 아직도 직원지위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 기계적으로 ▲한보철강 A지구 직원은 동국제강 ▲B지구 근로자는 포철에 넘기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채권단이 자산인수방식을 택하더라도 포철·동국제강에 수의계약으로 넘길지, 아니면 공개경쟁입찰에 부칠지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현대그룹도 여전히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중인 현대그룹은 한보철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어 한보철강 인수전에 전격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채권금융기관으로서는 인수업체가 많아 경쟁이 이루어질 경우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어 현대그룹의 인수추진을 적극 유도할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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