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탭 도그스/영국 켄터베리 말로극장 공연 현지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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탭 도그스/영국 켄터베리 말로극장 공연 현지취재

입력
1997.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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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소리의 퍼포먼스/6명의 청바지사내가 ‘들려주는 탭댄스’와 건설현장의 일과를 플롯으로 결합시켜 종합퍼포먼스로 구성영국 성공회 본산으로 중세의 위엄이 남아있는 캔터베리. 이곳 말로극장에서 펼쳐진 첨단의 공연 「탭 도그스」는 산업화한 도시의 산물이었다.

23일 1,000석 객석이 가득찬 극장, 망치소리같은 충격음이 울려퍼졌다. 곧 청바지에 검은 셔츠, 풀어헤친 남방차림의 사내들이 탭 스텝을 밟으며 나타났다. 6명의 사내들은 여러가지 소리가 나는 사방 2m 길이의 판 위에서, 때로 기둥에 높이 올라가서, 심지어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서 탭을 추었다. 구조물을 세우고 기둥에 줄을 매 끌어당기는 등 세트를 「건설」하면서 6명의 「인부」들은 힘과 리듬의 덩어리를 생산해냈다.

탭 도그스(Tap Dogs). 「개들」이란 이름처럼 이들의 탭은 거리에서 굴러다니는 이들의 것이다. 검은 양복, 흰 구두따위는 저리 가라다.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탭은 기존의 탭 댄스에 대한 관념을 깨뜨린 것이었다.

탭 도그스에서는 먼저 탭으로 음악(리듬)을 연주하겠다는 욕망이 엿보인다. 무대엔 24개의 마이크가 장착되어있고 12개의 발놀림은 리드미컬한 비트를 합주했다.

30초∼5분 길이의 스텝 30가지가 펼쳐진다. 이 중 가장 음악적인 부분은 「트리거」라는 이름의 발판이 나오는 장면이다. 센서가 달린 6개의 발판을 밟을 때마다 6가지의 전자음이 어우러졌다. 탭을 「연주」하는 6명의 출연 배우들은 진짜 악기를 연주하는 2명의 주자들과 함께 신명나는 펑크판을 벌였다.

탭 도그스의 요체는 기계적으로 확장시킨 「들려주는 탭 댄스」에 건설현장의 하루 일과를 플롯으로 결합시켜 종합적인 퍼포먼스로 구성한 것이다. 공사장을 모델로 삼은 세트변화, 각기 다른 6명의 성격이 볼거리와 코믹함을 곁들였다.

그러나 본격적인 연주실험으로 보기에는 탭의 제한된 언어가 오히려 한계였다. 볼거리로 치장한 흥겨운 놀이랄까.

95년 호주 철강의 도시 뉴캐슬에서 안무가 데인 페리가 첫선을 보인 탭 도그스는 태풍과 같이 인기의 바람을 탔다. 영국 순회팀은 지난해 12월 조직돼 올 1월부터 공연중이며 미국의 오프 브로드웨이에서도 막을 내릴 줄 모른다. 언어의 장벽을 없앤 이 퍼포먼스는 적은 제작비와 풍부한 아이디어로 「잘 팔리는 상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비슷한 퍼포먼스 「스텀프」를 초청했던 삼성영상사업단(02-508-8555)은 탭 도그스 오리지널 팀을 초청, 8월20∼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캔터베리(영국)=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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