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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압력 앞장 쿠닌주 스위스 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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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압력 앞장 쿠닌주 스위스 미 대사

입력
1997.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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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어머니 계좌 발견 “깜짝”매들린 쿠닌(64) 주 스위스 미국대사는 지난해 부임이후 2차대전중 희생당한 유대인들의 휴면계좌를 공개하도록 스위스은행에 압력을 넣는 일에 앞장서 왔다.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비밀주의의 원칙을 내세워 무려 4,200만 달러에 달하는 유대인 희생자들의 재산을 그 자손에게 되돌려주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스위스은행의 처사가 잘못됐다고 믿었기때문이다. 결국 스위스은행들은 과거 나치에 협력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제적인 압력에 못이겨 23일 1,756개의 휴면계좌 소유주 명단을 세계 28개국의 주요 신문광고등을 통해 공개했다.

그런데 공개된 휴면계좌 소유주의 명단에서 쿠닌 대사는 27일 정작 자신의 어머니 이름을 발견하고 크게 놀랐다. 7세때 어린 남동생과 함께 어머니 손에 이끌려 스위스에서 미국으로 이주, 미국시민이 된 쿠닌 대사는 어머니 르네 메이가 나치의 희생자도 아니었으며 줄곧 미국에 살다 69년 사망했기때문에 어머니가 스위스은행에 돈을 넣어두었을 것으로는 전혀 생각치 못했다. 취리히에서 조그만 구두제조업체를 경영하던 쿠닌 대사의 아버지 페르디난드 메이는 대공황때 사업에 실패하자 투신자살했고 이어 2차대전이 발발하면서 나치가 스위스까지 침공할 것을 겁낸 어머니가 얼마되지 않는 재산을 가지고 미국으로 피신했다.

여성으로서 교육부 부장과 버몬트 주지사를 지낸 바 있는 쿠닌 대사는 『신문광고에 난 명단에서 어머니 이름을 발견하고는 정말 놀랐다』며 『돌아가시기전까지 어머니의 경제사정이 그리 넉넉지못했기때문에 나나 내 동생은 어머니가 스위스에 재산을 남겨두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못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스위스은행이 10월 현재의 명단 이외에도 스위스인의 명의로 예금된 2만계좌를 공개할 경우 이와 관련된 유대인들의 이름이 보다 광범위하게 밝혀질 전망이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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