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의원의 부인이 옆집의 개 때문에 못살겠다며 법원에 개집 이전 가처분신청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가 취하한 일이 있다. 그것으로 끝인가 했더니 이번엔 개를 기르는 집에서 경찰에 맞고소를 했다. 개문제로 의원보좌관이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는 이유였다. ◆동물보호협회는 의원부인의 소송건을 계기로 4월에 내려진 수원지법 판결을 내세워 개사육 권리운동을 펴고 있다. 개 7마리를 옥상과 집안에서 기르는 것으로 이웃에 사회통념상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끼쳤다고 보기 어렵고 구체적 피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었다. ◆하지만 이 판결에 언급된 「사회통념」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린 사람은 많았다. 남의 눈은 아랑곳하지 않고 슈퍼마켓에 개를 안고 들어와 식품을 고르거나 식당의 좌석에 앉혀놓고 음식물을 먹이는 사람들, 피서지에까지 개를 끌고 오는 경우도 사회통념상 괜찮다는 뜻인가. ◆애완견 전문점이 번창할 만큼 개사육가는 늘어나고 있지만 개사육의 모럴은 정립돼 있지 않다. 개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은 그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동물도 사랑할 줄 모르는 무지몽매한 비문화인이라고 생각하는 눈치이지만 개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정말 곤란하다. ◆개를 데리고 다니려면 삽과 1회용 비닐봉투를 휴대, 배설물을 치우도록 해야 하지만 실천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외국에선 「이 지역에 개를 끌고 나오면 벌금 몇 달러」식으로 규제하는데 우리는 그런 것도 없다. 개 때문에 피해당하지 않을 권리는 보호하지 않아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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