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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발레시어터 97 정기공연(공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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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발레시어터 97 정기공연(공연리뷰)

입력
1997.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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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분담의 탁월한 조화 그리고 독특한 자유로움발레단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을 가려내기란 불가능하다. 단장, 예술감독, 대표적 스타, 단원 중 어느 하나라도 역할이 어긋나면 즉시 무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이 역할 분담에서 탁월한 조화를 보여준다. 특히 상임안무가 제도를 두어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공급받는 체제는 세계 어느 무용단에도 뒤지지 않을 저력을 담고 있다.

이번 공연(7월17, 18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도 안무가 제임스 전의 의지가 단원들에게 전달되면서 다시 한 번 미묘한 조화를 느끼게 했는데 안정되고 성숙한 무대였다는 인상이 깊다.

신작 「바람의 노래」 「흑과 백」은 극히 춤적인 혹은 발레적인 작품이었다. 92년 이후로 서울발레시어터의 작품 대다수가 자극적인 측면이 강했기 「문에 오히려 이번 공연이 색달리 보인다. 과거 「도시의 불빛」이나 「현존」처럼 현란한 작품이 객석의 환성을 불러일으켰던 일은 상당한 사건이었다. 몇년간 지속된 이처럼 반항적이고 감각적인 일련의 작품은 제임스 전과 서울발레시어터의 이미지 굳히기에 빼놓을 수 없는 특성이었다.

그러나 이번 무대는 잠시 휴지기를 맞은 화산처럼 보였다. 어찌보면 성숙한 발레단의 면모를 갖추는 과정이었는데 전에 비하면 평범한 범주의 작품들인 반면 연륜에서 오는 여유도 담겨 있었다. 특정한 감정을 배제했고 춤의 동작과 행렬의 변화에서 단원들의 기량이 균등하게 부각되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무대와 안정감 있는 기량에 승부를 건 「바람의 노래」에 등장한 세 쌍의 남녀는 혹독하게 단련된 춤사위를 구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면에는 독특한 자유로움이 남겨져 있었는데 아마도 이 단체의 특징적 전통이 될 듯하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상황적으로 한국발레의 중흥을 주도하고 있다. 고전발레의 부흥이 한국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은 가능하지만 창작발레에서는 감히 엄두를 못내던 상황에서 등장한 유일한 발레단체인 때문이다. 그들은 오늘의 이야기를 젊은이의 감각으로 세계의 유행에도 뒤지지 않게 풀어나가는 능력을 지녔다. 「바람의 노래」와 「흑과 백」에서 남겨진 잔상들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친숙했다. 그러나 이 친숙한 느낌은 서울발레시어터가 아니면 한국에서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수준에서의 비교 결과다.<문애령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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