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진실을 가르쳐야 한다고, 혹은 종교적인 이유로 산타는 없다고 가르치는 사람들을 미국에서도 많이 보았고 또 우리나라에서는 외래문화라고 부정하는 사람도 보았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이 산타를 기다리며 12월을 보내고 그래도 좀 착해지려고 애쓰고, 산타에게 옷같은 것 가져다 주지 말고 제발 강아지 한마리 보내달라고 편지도 쓰고, 굴뚝이 없어서 못올까 걱정되어 굴뚝도 그려붙이고 정말 산타가 있는지 제 나름대로 꾀를 써서 우유 한 컵, 과자 두개 챙겨놓고 잔 뒤 아침에 달려가 없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사랑스러워 늘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동심리를 전공한 엄마가 말했다. 언젠가 산타가 없다는 것을 알면 아이는 엄마가 자기를 속였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그 신뢰감 상실은 어떻게 하겠느냐고.아이들이 산타의 존재에 의심을 품게 될 나이쯤 되면 불러 앉혀 놓고 말했다. 사랑의 신 에로스이야기에 나오는 「믿음이 없는 곳에는 사랑이 없다」는 말을 원용하여 『믿는 사람에게만 산타는 온다. 봐, 네 친구들 중에 산타가 없고 엄마가 대신 한다는 애들에게는 이제 안 오지?』 그러면 반신반의하던 아이들도 선물이 받고 싶은 마음에 더 이상 묻지않고 간절하게 말했다.
『나는 정말 산타가 있는 걸 믿어요』
큰 아이가 6학년이 된 성탄절, 딸애는 겨우 5살이었다. 나는 큰 애에게 편지를 썼다. 『우리가 산타와 함께 보낸 성탄절 즐거웠지. 이제 너는 큰 아이가 되었으니 사실을 말할게. 네가 10년동안 지녔던 그 즐거움을 동생에게도 5년 더 줄 수 있겠니? 너를 믿는다』 큰 아이는 배신감보다 엄마 아빠와 비밀을 나눈다는, 보다 성숙한 아이로 도약하는 의식처럼 내 고백을 받아들였고 그후 5년동안 약속을 지켰다. 오빠보다 조숙한 딸애는 10살때 산타가 마지막 다녀갔다. 딸애에게도 사실을 말했을때 딸애는 말했다. 『작년부터 그런줄 알았어요. 그런 건 좋은 거짓말이잖아요』 아이 키우기에 진실, 정직도 중요하지만 꿈과 선의의 거짓말도 소중하다.<옥명희 소화출판사 편집부장>옥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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