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재기 도모’ 형편까지 비슷/실현엔 전제조건 많아 아직 설단계정가일각에서 「신보수연합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체제의 출범과 예산 포항 재·보궐선거이후 잠복해있던 보수연대의 가설이 슬그머니 꿈틀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가설의 중심인물로는 김종필 자민련총재와 포항 보선에서 당선된 박태준 전 포철회장, 그리고 신한국당의 이한동 이수성 고문 등 4명이 주로 등장하고 있다.
타이틀을 굳이 붙히자면 이른바 「신보수 4인연대」다. 이수성 이한동 고문이 최근 김종필 총재와 각각 회동한바 있고, 박태준 전 포철회장이 28일 야권의 김대중 김종필 총재를 차례로 만날 예정으로 있어 뭔가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는게 아니냐는 추측이 일만도 하다. 가설은 그럴듯 하다. 왜냐하면 4인모두 「정치적 재기」를 도모해야 하는 형편에 처한데다 무엇보다 이념 및 정서적 스펙트럼이 「오른쪽」에 쏠려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한동 이수성 고문은 김종필 총재와 만나서, 또는 외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각각 경선과정에서의 서운한 감정을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한동 고문은 김총재와 만나 『경선과정에서 17∼18년간 끈끈한 관계로 맺어진 사람들을 빼가고 줄서기를 하는 등 참기 어려운 적이 있었다』면서 『오랜기간 맺어온 인간관계가 파괴돼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또 미국을 방문중인 이수성 고문은 27일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현상황을 보면 이회창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세력이 바르게 가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이것도 결국은 이후보의 책임인 만큼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나는 이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수성 고문은 특히 『경선에서 떨어진 이후 오히려 정치할 의욕을 더 느낀다』며 『두 김총재와 만난 것은 내 나름대로 무엇을 이뤄보려는 생각에서 였으며 나는 지금까지 「대통합」을 강조해 왔다』고 덧붙였다. 두사람 모두 여전히 이회창 대표에게 서운한 감정을 갖고 거리를 두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박태준 전 회장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보수연대차원을 넘어 좀더 구체적인 측면이 있다. 소위 비영남 대선구도에서의 「영남표」결집에 대한 기대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점은 자민련뿐 아니라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영남표의 향배가 이번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 과소평가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른바 영남권과 중부권이 중심이 된 신보수연합의 밑그림은 그래서 더욱 귀를 솔깃하게 한다. 하지만 「신보수 4인연대」에도 함정은 있다. 우선 이같은 구도가 실현 가능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여권의 분열이다. 이한동 이수성 고문이 신한국당과의 결별을 선언하거나, 그것도 일정한 자파세력을 이끌고 탈당하는 경우에라야 비로소 파괴력있는 보수연대의 정계재편이 가능한 것이다. 신한국당 지도부가 체제개편을 서두르는 이유도 이같은 정국기류와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보수연대의 움직임이 어느정도 가시권에 접어든다 해도 누구를 보수연대의 구심점으로 하느냐는 역시 쉽지 않은 문제이다. 셋째로 야권 중심의 정계재편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다. 현실성에 의문이 가고 힘이 있는 여권이 이를 그대로 방치,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말은 그럴듯 해도 「신보수연대」가 갈 길은 첩첩산중으로, 아직도 설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정진석 기자>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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