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동수구성 싸고 첨예대립/지정기탁금·선거법도 평행선돈쓰는 정치문화 개선을 위한 정치개혁 입법이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고비용 정치구조 타파란 기치를 내걸고 3개월여 계속돼온 정치개혁입법 협상이 여야간 당리당략과 잿밥싸움으로 원점을 맴돌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임시국회는 입법협상의 본무대가 돼야 함에도 여야간 밀고당기기에 신한국당의 경선일정까지 겹쳐 유야무야하더니 결국 데드라인까지 오고 말았다.
시간에 쫓긴 신한국당은 28일 임시 당무회의를 열어 통합선거법 개정안과 정치자금법 개정안 등 정치개혁 관계법안을 확정한 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나 회기(7월30일)내 통과는 무망한 실정이다. 정치개혁법안을 심의할 기구와 형식에서부터 여야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까닭이다.
신한국당은 심의기구를 특위로 하자는 야당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여야동수의 특위구성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임시국회 회기내 심의기구 확정이란 대원칙을 위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순 있으나, 이 경우에도 의석비율로 해야 한다는 것이 신한국당의 입장이다. 신한국당은 특위구성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통상절차에 따라 처리할 수 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의장직권으로 해당 상임위인 내무위에 법안을 회부하겠다는 것이다. 특위든 상임위든 심의기구가 확정되면 비회기 기간중 심의를 계속해 법안을 확정한 뒤 8월말에 2∼3일 정도 단기국회를 열어 이를 처리한다는 것이 신한국당의 복안이다.
반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특위를 구성하지 못하면 일정상 12월 대선에서 새 법을 적용하기 어렵게 된다면서 선거관계법 특위의 여야 동수는 30여년간 이어져 온 국회의 관행인만큼 신한국당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서고 있다. 두 야당은 신한국당이 「통상절차」에 따라 처리할 경우 이를 실력저지하고 8월 임시국회 소집을 즉각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정기탁금제 역시 여야의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부분이다. 신한국당 박희태 총무는 『야당이 요구하는 지정기탁금제 폐지나 의석비 배분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유의사에 따라 돈을 내는 기탁금제를 폐지할 명분도 없거니와 신한국당 후보당선을 위해 낸 돈을 야당 후보에게 나눠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중앙당후원금 한도액을 늘리거나 지정기탁금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박총무의 「제안」이다.
이에 대해 두 야당은 지정기탁금제를 폐지하는 대신 정당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모금한 뒤 의석비율에 따라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회의 박상천 총무는 『야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할 경우 세금추적과 자금출처조사 등 불이익을 당할 게 뻔한데, 누가 선뜻 돈을 내놓겠냐』며 『후원금 한도액 증액도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금도 한도액을 못 채우는 형편인데, 늘려봤자 아무런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선거법에 대해서도 여야는 일정부분 이견이 있는 상태다. 여당은 대중집회를 없애겠다는 입장이나, 야당은 TV토론이 현실적으로 제한돼 있으므로 국민을 직접 접촉할 기회를 완전히 봉쇄해선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야당은 나아가 선거비용 형태, 정당비용, 사조직 비용까지 엄밀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이미 「중대결심」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정치권에 정치개혁 입법을 요구한 바 있다. 때문에 청와대와 정치권 사이에 정치개혁 입법을 놓고 힘겨루기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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