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대통령전용지방휴게소인 청남대에서 8월3일까지 8박9일간의 하계휴가 직후 대통령선거에 대비한 당정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 폭이 얼마나 될지 예단할 수 없으나 내각의 선거에 대한 엄정중립을 강조하기 위해 신한국당의 당적을 갖고 있는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등 8명의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떠돌고 또한 고건 총리의 경질설까지 나돌고 있는 것을 보면 개각이 큰 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김대통령이 인사권자이므로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큰 폭이건 소폭이건 얼마든지 개각을 단행할 수 있지만 임기만료를 불과 7개월여 밖에 남겨두지 않고 있고 국정의 안정이란 측면을 고려한다면 개각은 최소한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신한국당의 당직개편과 대통령선거대책 구성에 대해서는 김대통령과 이회창 대통령후보겸 당대표가 그들의 대선전략에 맞추어 추진할 것이고 대선에서의 성패 등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그들이 져야 할 것이므로 제3자가 크게 시비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각은 국정을 직접 담당하고 있으므로 다르다.
김대통령은 앞으로 남은 기간을 대선의 준비보다는 자신의 대통령직을 마무리하는데 역점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정치·경제·사회 등 국정의 일관성과 계속성을 유지, 레임 덕(권력누수) 현상을 극소화해야 한다. 때문에 이번 개각은 소폭에 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인 불황, 기아그룹 등 재벌그룹들의 연쇄적인 「도산」 사태, 남북긴장상태, 4자회담, 정경유착척결, 사회기강의 문란, 노사분규 등 현안문제들만 해도 정부로서는 총력을 기울여 매달려도 타결하기가 벅찬 과제들이다. 이 문제들 가운데는 시급한 타결을 요하는 긴급한 사안들이 있다. 한보·기아·진로·대농·우성·한양 등 재벌그룹과 대기업의 일련의 「부도」 사태와 이들에게 물린 제일은행 등 제1·2금융권들의 부실화 등은 실물경제의 위축과 신용공황 등 복합불황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기업과 채권금융단 사이의 문제라고 하여 관여를 기피하고 있으나 어떠한 형태로든 타결의 길을 마련해 줘야 한다.
또한 현재 입법예고된 금융개혁도 매듭져 줘야 한다. 민족사업이라고 하던 경부고속철도도 조만간 타결책이 나와야 한다.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비용 저효율체제 개선안도 부단히 추진돼야 한다. 한편 정경유착의 청산도 기틀이 다져져야 한다.
김대통령도 전임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평균수명 1년도 못되는 빈번한 개각을 해왔다. 이제 4개월도 못돼 또 대폭개각을 맞으면 경질된 각료들은 브리핑 듣다가 끝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잦은 개각에 각료는 물론 국장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들도 상당수가 빈번한 보직이동으로 업무파악이 제대로 돼있지 않다고 한다. 행정과 국정의 공백이다. 개각에 신중이 따라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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