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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는 지금 첨단정보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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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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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포수에 오기까지 0.5초/그 찰나의 승부를 위한 첩보전이 치열하다/상대투수·타자의 장단점을 입력·분석/컴퓨터감독은 그라운드로 사인을 보낸다감독의 주먹구구식 용병술과 작전, 즉흥적인 감의 야구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프로야구의 세계에도 정보화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기 때문이다.

7월5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스와 현대 유니콘스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대구구장. 추적추적 내리는 장마비도 아랑곳 않고 7,000여 관중은 삼성 6번 타자 정경배가 들어선 타석을 주시하고 있다.

7회말 2사 주자 1, 2루에 4대 3의 불안한 리드. 게다가 상대투수는 정경배에게 유난히 강한 최원호. 『오늘의 승부는 여기에서 판가름난다. 안타 하나만 치면 이긴다』 순간 조창수 감독대행의 머리에 전산기록팀이 방금 넘겨준 자료의 한구절이 떠오른다.

「최원호 투수는 오늘 경기에서 몸쪽 빠른 공을 결정구로 많이 던지고 있음」 이 자료는 전회까지 상대투수의 투구내용을 컴퓨터로 분석한 것이다. 그는 즉각 타자에게 『몸쪽 공을 노리라』는 사인을 낸다.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 홈플레이트를 지나는 순간, 「딱」하는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공은 장마비를 가르고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간다. 승리를 굳히는 3점 홈련. 투수의 공은 예상대로 타자의 몸쪽이었다.

프로야구에도 컴퓨터 비디오 등 첨단기기를 동원한 정보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투수판에서 홈플레이트까지 18.44m. 투수의 손을 벗어난 공이 포수에게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0.5초. 눈깜작할 이 순간에 야구경기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 타격과 수비수들의 동작이 이루어지면 관중의 희비도 엇갈리게 된다. 각 구단 역시 이 「0.5초의 승부」를 위해 정예 정찰팀을 구성,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치열한 정보전쟁을 펼치고 있다.

삼성 라이온스 송창근 과장은 『프로야구도 단순히 기록을 메모하는 차원을 지나 정보 입수와 분석이 승부를 결정짓는 정보과학의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이제 프로야구는 첨단기기가 동원되는 정보전쟁의 최전선으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원되는 무기도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장비는 투수의 투구내용을 컴퓨터에 입력한 뒤 이를 분석하는 「투구분석 시스템」. OB 베어스를 제외한 국내 대부분의 구단은 2명 이상의 기록요원을 동원, 상대팀 투수의 투구 하나 하나의 속도, 구질, 코스 등을 이 시스템에 입력한다. 분석결과는 상대투수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날의 주무기를 분석하는데 사용한다.

자기팀 투수의 약점을 파악, 보완하기 위해서 「연속 촬영기」도 이용한다. 연속 촬영기는 투구동작을 와인드업부터 공을 놓을 때까지 여러단계로 나누어 촬영해 투구동작의 미묘한 변화까지 파악할 수 있다.

연속 촬영기를 가장 애용하는 선수는 삼성의 성준 투수로 알려져 있다. 정교한 콘트롤이 주무기인 그는 투구폼이 흐트러져 난조를 보일 때마다 자신의 공던지는 모습을 찍게한다.

성선수는 『촬영한 투구폼과 가장 좋은 컨디션일 때 찍어놓은 것을 비교해 보면 미묘하지만 차이점이 반드시 드러난다. 그 부분을 교정하면 신기하게 콘트롤 난조가 바로 잡힌다』고 설명했다.

연속촬영기는 타격자세를 교정하는데도 사용된다. 삼성의 경우, 특별한 이유없이 타율이 떨어지는 선수가 나오면 반드시 이 장비로 타격모습을 촬영, 해당선수와 타격코치가 이를 함께 분석한다. 삼성구단관계자는 『타격모습을 9장의 단계별 사진으로 출력해서 검토하면 대부분 타율 하락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정보전이 가열되면서 각 구단은 신종 장비 개발이나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일부 구단에서는 투수들의 투구동작을 컴퓨터그래픽으로 분석해주는 미국제품 「동작분석기」수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 장비는 3차원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투수들의 투구시 신체 각부분 관절의 위치, 가속도, 관절이 벌어지는 힘, 근력, 타이밍, 밸런스 등을 보여준다.

특히 이상적인 투구폼을 갖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 투수의 투구와 일일이 비교분석, 구체적 수치로 나타내준다.

분석결과를 이용하면 투수가 투구동작중 허리와 어깨에 들어가는 힘이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비교할 때 어느정도인지, 어느 신체부위에 더 힘을 넣어야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는지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상위권에 있는 한 구단은 투구분석 시스템보다 한차원 높은 최첨단 전력분석 시스템을 약 2억원을 들여 개발중이다. 이 구단은 여기에 96년부터 경기를 가진 상대팀에 대한 모든 자료를 입력할 예정이다.

시스템 개발 담당자는 『상대팀 선수 뿐만 아니라 우리 선수들의 동작 하나 하나를 입력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작업이 끝나 내년 시즌 실전에 배치되면 상대팀 전력파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상현 과장은 『프로야구는 정보입수가 곧바로 전력증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첨단 장비를 동원한 구단간의 정보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이 전쟁에서 이기려면 분석결과를 적극 활용하려는 자세와 구단의 실정에 맞는 장비 개발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박승용 기자 dragon@korealink.co.kr>

◎미·일의 경우/특정투수 상대 컴퓨터 모의 훈련도 가능

미국 일본 등 프로야구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 구단간의 정보전과 이에 동원되는 장비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선동렬이 지난해 저조한 성적을 면치못한 것도 상대팀들의 정보전에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보싸움에 익숙한 일본의 각 구단은 전문 분석팀과 컴퓨터, 비디오 카메라, 투구분석기 등을 동원, 주니치 코칭스태프조차 깨닫지 못한 선동렬의 미세한 습관까지 파악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선동렬이 역설적이게도 첨단 정보기기 덕분에 부진을 씻고 「나고야의 태양」으로 떠올랐다. 96년 시즌중 몇차례 투구폼 교정을 시도하다 실패한 그는 동계훈련기간동안 「동작분석기」를 이용해 전성기때의 자세를 되찾았고 공끝이 살아나면서 세이브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LA 다저스에 진출한 박찬호 역시 동작분석기를 통한 투구폼 교정을 통해 고질이던 제구력 난조를 바로잡은 경우이다. 동작분석에 따라 다리를 높이 차올리는 자세가 제구력 약화의 원인이라는 점이 밝혀지자 이를 교정, 연승을 거두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3차원 컴퓨터」라 불리는 투구분석 시스템도 사용하고 있다. 홈플레이트를 겨냥한 장소에 초당 60장의 사진을 촬영하는 카메라와 컴퓨터 시스템을 설치, 공의 회전수, 속도 등을 파악해서 화면에 표시해주는 시스템이다. 상대투수의 구질을 순간적으로 분석한 타자는 적극적인 타격을 구사할 수 있다.

이밖에 미국에서는 속도측정장치를 내장한 공, 상대투수의 투구내용에 관한 자료와 영상을 입력하면 실제 그 투수와 실전에서 대결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피칭머신」까지 개발됐다.<박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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