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신한국당 대선후보 두 아들의 병역면제 문제가 처음으로 제기되었던 건 지난달 초의 TV대선후보 토론회에서였다. 그로부터 두달이 되어 가는 지금까지 그 문제가 속 시원히 해명되기는커녕 국회에서 공식으로 제기되어 여야간에 정쟁의 빌미가 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이번 대선이란 21세기를 문열고 이끌 우리 국가지도자를 뽑는 매우 중요한 국가적 행사이다. 또한 국민의 병역의무란 것도 국가존립의 기본전제라 할 만큼 막중한 사안이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중대사가 겹쳤다 할 이후보 장·차남병역시비야말로 엄청난 도덕적·정치적 폭발성을 지닌 것이어서 하루 빨리 정정당당하고 떳떳하게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않을 수 없는 일이다.
여기서 우리가 분명히 지적할 것은 세가지이다. 첫째 이후보 두 아들의 병역시비가 이제는 더 이상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로 끝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두번째로는 이후보 스스로가 두 아들의 체중미달로 인한 병역면제 진상을 더욱 소상히 밝힐 뿐 아니라 그 진상을 뒷받침할 공식적인 조사 및 검증절차를 자청해 받는 것이 오히려 떳떳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로는 정부도 더 이상 이 문제를 놓고 눈치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의 존립목적이 뭔가. 그 구성원인 국민들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당위성이 법과 도덕은 물론 민족정기로까지 승화되어 있을 때 비로소 국가도 융성의 길로 갈 수 있는 것일진대 가장 기본적 의무라 할 병역문제가 의혹의 초점이 되게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런 점에 비추어볼 때 야당측의 문제제기에 대해 총리나 국방장관이 그렇게 남의 일처럼 답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남과 차남 둘 다 체중미달로 병역을 면제받은 게 이미 국민적 의혹과 첨예한 정치적 현안으로 돌출해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정당내부 문제이고 사생활 문제」라거나 「의아스럽다 아니다를 판정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답변한다면 국민 앞에 지극히 불성실한 동문서답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모두가 조금만 생각을 가다듬어 본다면 이번 병역시비란 지극히 간단한 사안일 수도 있다. 병무 행정을 책임진 당국이 이제라도 조사에 나서 진상을 엄정히 밝혀내면 그만인 것이다. 그래서 당시의 판정에 조금도 하자가 없었던 게 새삼 확인되면 누구에게나 정말 다행스러울 것이고, 설혹 잘못이 있었다 해도 그 문제를 감춰 의혹을 깊게 하고 정치적 파란을 야기하는 것보다는 진상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게 오히려 사태수습에 도움이 될 것이 아니겠는가.
28일부터 3당의 대선후보 TV토론이 시작돼 이후보가 첫번째로 등장한다고 한다. 이번 병역시비문제를 소상히 밝힐 더할 나위없는 기회가 아닌가 한다. 정부당국이나 당사자 모두 우리의 당부를 좇아 하루 빨리 이 문제를 명쾌하게 매듭지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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