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단… 2개 계열사 매각 주류전문그룹으로/‘부도협약’ 긍정적 평가불구 ‘경영문책’ 취지는 못살려진로그룹 채권금융기관들은 25일 대표자회의를 열어 이날로 부도유예협약 적용기간이 종료되는 진로그룹에 대해 3조원에 달하는 대출금원금상환을 계열사별로 2개월∼1년2개월까지 유예해주기로 했다.
또 부도유예협약 대상 6개 계열사중 주력업체인 (주)진로와 진로쿠어스맥주 진로종합식품 진로건설 등 4개 계열사만 살리고 진로인더스트리즈와 진로유통은 제3자매각 및 청산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도유예협약 1호기업이었던 재계서열(여신기준) 19위의 진로그룹은 장차 4개의 계열사만 거느린 주류전문그룹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상업은행 등 49개 채권금융기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자구노력만 이행되면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평가기관의 실사결과보고에 따라 ▲원금상환유예 ▲우대금리적용 ▲경영자금지원 등을 통해 4개 계열사를 회생시켜주기로 결정했다. 원금유예조치는 은행·종금여신에 국한되며 기타 금융기관이 돌리는 어음을 막지 못할 경우 부도처리된다. 그러나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된 진로인더스트리즈와 진로유통은 조기 제3자인수 및 분할매각을 위해 부도유예협약 적용기간만 2개월 연장해주기로 했다. 채권단 결정에 따르면 (주)진로에 대해서는 내년 9월말까지 기존대출금 상환을 유예하고 이자도 연 9∼9.5%로 낮춰주며 경영권포기각서를 전제로 369억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진로종합식품은 내년 8월말까지 원금상환이 유예되고 80억원의 자금이 공급되며 진로쿠어스맥주는 6개월간 원금상환이 유예된다. 진로건설은 1년간 원금상환이 유예되며 이자는 10∼11.5%의 저금리가 적용된다.
부도유예협약 적용기업 1호인 진로그룹에 대한 3개월간의 협약적용기간이 25일로 끝남으로써 금융기관들이 특정기업의 부도를 일정기간 유예시켜 기업의 정상화를 돕는 유례없는 조치의 「전형」이 마무리되었다.
정부와 금융권은 대그룹이 일순간 부도처리됨으로써 국가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종합금융연구소 오용석 박사는 『부도유예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을 경우의 금융시장 혼란과 실물경제 동요는 국가경제전체를 회복불능의 상태로 몰고 갔을지 모른다』며 『시장실패적 상황에서 위기의 도미노현상과 신용공황현상을 일단 막았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 부정적인 면보다 훨씬 많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3개월간의 유예협약기간동안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법정관리에 버금가는 강력한 관리를 통해 기업을 살리되 경영의 책임은 묻겠다는 당초의 근본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소규모 금융기관을 포괄하지 못함으로써 실효성이 떨어진 점도 협약의 결정적 약점으로 지적된다. (주)진로의 자금담당자는 『부도유예기간이 끝남으로써 순여신총액 1,300억원에 이르는 보험사를 비롯한 소형금융기관들이 여신을 집중적으로 회수한다면 큰 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유예협약 시행과정에서 금융권의 지원이 제대로 맞지 않았던 점도 한계로 확인됐다. 각 은행과 종금사간, 또는 각 금융기관별로 사정이 다르다 보니 자금지원이 제때에 이뤄지지 않았고 분담금에 대해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유예협약은 2개월(당초 3개월)동안 신용평가기관의 평가와 자구노력 진행상태를 감안, 기업의 회생능력을 판단하기로 했으나 부동산매각이 주종을 이루는 자구계획은 이 기간동안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진로그룹은 1조 9,000억원가량의 자구계획서를 제출했었으나 3,700억원대밖에 실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결국 부도유예기간이 끝난뒤에도 「원금상환유예」라는 어정쩡한 유예기간을 또다시 설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이같은 한계를 보여준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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