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섭 후보와 박태준 후보의 승리로 끝난 예산과 포항북의 보궐선거 결과는 장차 각당의 위상변화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마디로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정치질서의 재편조짐이 보여 주목되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는 두 지역 모두 치열한 경쟁을 보였지만 별다른 잡음없이 비교적 질서있게 진행됐고 또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을 나타낸 것은 국민의 정치의식이 상당히 향상됐음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보궐선거는 단순히 공석이 된 새 국회의원을 뽑는 행사가 아니라 국정현안에 대한 인식과 함께 정부는 물론 여야당에 대한 의중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이번 선거는 특히 여야 모두 대선후보를 결정한 직후에 실시됐다는 점에서 결과에 대한 의미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선거결과를 놓고 여야당은 일희일비했다. 가장 충격을 받은 당은 텃밭으로 여겨 온 충남예산에서 패배한 김종필 총재와 자민련이다.
중부지방에서의 실패로 체면과 위상에 상처를 입어 국민회의와의 대통령후보단일화 협상에서도 입지가 약화될 여지마저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신한국당은 예산출신인 이회창 대표의 후보지명의 여세를 몰아 승리함으로써 이른바 김종필 총재의 충청지역 독점구도를 일부 무너뜨렸다는데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반면 박태준 후보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김영삼 정부로부터 받은 설움을 씻고 명예회복을 한 셈이지만 정국 전반에 있어서는 새로운 대구·경북(TK)지역의 리더로서 장차 대통령후보 구도에 적지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한국당으로 볼 때 박씨의 등장은 껄끄러운 일로서 그가 소위 TK지역을 기반으로 여권내의 구민정계 일각을 규합하고 야당일부와 보수대연합을 추진하여 여당의 계속 집권저지에 나설 경우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닐 것이다.
김대중 총재와 국민회의도 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고 선거결과를 한가하게만 볼 수 없을 것이다. 자민련과 후보단일화협상이 뜻밖에 촉진할 수도 있지만 3김체제의 청산바람이 다시 불고 또 박씨의 새로운 세력규합이나 야권의 제3후보론이 만만치 않게 기세를 올릴 여지를 감안해야 할 것이다. 하기야 TK지역세가 움직이고 구민정계가 박씨 중심으로 모이게 될 경우 이회창 대표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게 틀림없다.
어쨌든 이번 보선결과에 따라 넓게는 정계재편이, 좁게는 대선을 앞둔 정국분위기가 달라질게 틀림없다. 비록 제한된 두 지역의 민심이지만 국민의 의중은 참으로 엄정한 것이다. 이처럼 크게 향상된 정치의식을 바탕으로 한 민심은 정치권의 새로운 자세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오직 대선승리만을 위한 정략적인 흥정과 야합, 달콤한 거품공약 등 구태정치로는 어림도 없다. 당당하게 진실을 알리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만이 정도다. 여야는 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정확하게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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