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 한 여당중진으로 부터 우리나라의 정치문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부문화」라는 말을 듣고 무릎을 친 적이 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뒤 여당의 요직을 맡고 있는 이 인사의 얘기가 너무나 피부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이 인사는 「아부문화」가 청산되지 않는한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정착할 수 없다는 주장을 체험을 들어가며 곁들였다.
안타까운 것은 상당한 시일이 흘렀고 언필칭 권위주의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요즈음에도 여전히 「아부문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방귀를 뀐 이승만 대통령에게 「각하 시원 하시겠습니다」라고 말했던 자유당시절이나 대선후보에게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요즈음이나 오십보 백보이다.
유력후보에게 잘 보이려는 「줄서기」, 「눈도장찍기」도 옛날보다 더 했으면 더했지 못하지가 않다. 정통성없는 권력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던 과거의 어두운시절에는 그나마 체통을 생각하는 측면이 있었다. 아부를 하고 싶지만 아부를 해야할 대상에 켕기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후보를 자유경선을 통해 뽑고 문민정부라는 이름아래 권력이 정통성을 확보하자 아부꾼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경쟁적으로 아부를 할 수 있게 됐다. 후보의 부인을 미리 앞질러 영부인이라고 부르고 줄서기에 늦을까봐 안달을 하는 정치인·관료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후보진영인사들의 어깨에 힘주기도 갈수록 가관이다.
아부는 하는 사람도 문제이지만 이를 즐기는 사람에게 더 많은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부꾼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아부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부류이다. 어떻게 보면 구제불능인 셈이다.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아부꾼을 가려내는 지도자의 혜안이다.
우리정치는 대선자금공방을 계기로 고비용정치구조의 청산을 모색하는 등 제도적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정치풍토개선은 제도만으로 안된다. 「아부문화」와 「줄서기풍토」의 청산 등 의식개혁이 제도개선보다 중요한게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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