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북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이기택 총재의 앞날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재기의 발판을 마련키 위해 이부영 부총재 등 당내 비주류진영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번 보선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오히려 참담한 패배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비주류측은 이총재 인책론을 공공연하게 주장하며 본격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자칫 당권마저 내놓아야 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위기상황이 이총재를 압박해 오고 있는 셈이다.이총재는 선거 다음날인 25일 포항 북구 지구당 사무실에서 강창성 총재권한대행, 장경우 부총재, 이규정 총무, 권오을 대변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보선 패배 수습책과 향후 당의 진로를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회의에서 이총재는 향후 거취 등에 대해 『할말이 없다. 차차 생각해보자』며 시종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총재는 이번 보선의 파장을 최소화해 당권을 계속 장악한다는 생각이지만, 과연 이같은 목표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더 많다. 당장 한달 뒤로 다가온 전당대회가 발등의 불이다. 이총재의 주류측은 8월28일 전당대회에서 당체제를 새롭게 정비할 계획이지만, 보선패배 책임론을 주장하는 비주류측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권을 둘러싼 주류·비주류간의 갈등이 폭발할 경우 민주당은 걷잡을 수 없는 내분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대선정국의 파고도 이총재의 어깨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세확대를 노리는 신한국당이나 국민회의로선 당세가 극도로 위축된 민주당소속 의원들에 대한 영입작업을 본격화할 시점이다. 지난해 총선이후부터 사실상 독자행보를 취하고 있는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제3후보론」도 1차적으로 이총재의 정치적 기반을 흔들 가능성이 높다. 벼랑끝에 몰린 이총재가 어떤 타개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