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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갱생」이 앞서야할 까닭(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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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갱생」이 앞서야할 까닭(사설)

입력
1997.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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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그룹의 사실상의 부도사태가 발생한지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구제방안이 확정되지 못한 가운데 표류중이다. 재정경제원은 여전히 개별기업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자세아래 기아그룹과 채권은행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발뺌하고 있고 채권은행단도 확고한 방침이 없는데 우선 기아그룹의 엄격한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그룹은 그들대로 최선을 다한다고는 하지만 경영진들의 인책사임과 노조의 감원수용 등을 남겨놓고 있다.이러한 미결의 상태에서 재계일부와 정부측 사이에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과 제3자 인수설이 다시 거론되고 있어 정부와 채권은행단의 진의가 뭣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정부와 채권금융단은 적어도 표면상 한가지에서 같은 말을 한다. 기아그룹의 자구책이 실패하는 경우 제3자에게 인수시킨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처음부터 당사자인 기아그룹에 기회도 주지 않고 제3자 인수절차를 밟는 것은 적당하지 못한 것이다. 금융거래관행과 윤리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문제는 채권금융단이 진정한 기회를 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때문에 채권금융단은 기아그룹이 감당해낼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한편 기아그룹으로서는 노사가 사심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원칙을 지키라고 한다. 같은 조건이면 기아그룹을 회생시키자는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기아그룹 그 자체는 물론 자동차산업과 나아가 한국경제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임직원 5만5,000명, 자산 14조원의 기아그룹 그 자체가 정부·채권은행뿐 아니라 국민들도 인정할 수 있는 피와 땀과 눈물이 담긴 자구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기아그룹의 갱생은 불가능할 것이다. 한편 채권은행이나 정부는 기아그룹의 경영실태와 자구계획을 공정하고 엄격히 평가, 회생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할 것이다.

평가의 공정성을 강조하는 것은 특히 정권말기인 현시점에서 정부와 채권은행단은 복잡하고 어려운 처방보다는 단순하고 간편한 처방을 선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기아그룹은 기아특수강·기산 등 부실 계열사가 골칫덩어리이지 주력 기업인 기아자동차 등은 수지가 맞추어지는 사업이다. 아시아자동차는 적자이지만 수익성의 잠재성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삼성·대우·LG 등 상위 4대 재벌그룹은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인수의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민이 기아그룹의 자력갱생을 선호하는 것은 소유·경영분리, 우수한 주식분산, 업종전문화 등 「국민기업」으로서의 이미지에 보상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상위 4대 재벌그룹에의 극단한 경제력집중을 막기 위해서다. 경제력의 이러한 극단한 독과점적 불균형은 결국은 한국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된다. 가공할 과오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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