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전기사용량 치솟을 때마다 아찔”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지하 2층 중앙급전소 근무자들은 요즘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식은 땀으로 오싹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23일 상오 11시. 가로 20m, 세로 6m의 대형 상황판에 고정된 급전운영부 안용섭(46) 부장의 눈은 충혈돼 있었다. 총전기사용량이 역대 최고치인 3천4백71만㎾(22일)를 돌파하고 3천5백23만㎾까지 올라갔다. 올들어 5번째 최고치 경신이다. 상황판 곳곳에 빨간 불이 번쩍 거렸다. 『고리 6%, 영광은 3% 높여』라는 안부장과 근무자들의 다급한 전력조절 지시가 비상전화선을 타고 전국의 발전소로 흘러갔다. 한시간여의 「소동」끝에 상황판이 파란 불로 바뀌었다. 부산 대구지역에 내린 소나기 덕도 톡톡히 보았다. 그러나 근무자들의 여유는 잠시 뿐이다. 시시각각 바뀌는 전기사용량에도 일정 전압을 유지하면서 발전소 출력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력생산량을 높여 놓으면 되지 웬 소동이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전기는 저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과다한 생산 자체가 낭비입니다』 안부장의 애원이다.
83년 이후 14년째 국내 전력운용의 총사령부인 이곳 「지하 요새」에서 근무해온 안부장에게 더위는 그야말로 「적」이다. 특히 계기판의 바늘이 약속이나 한 듯이 성큼성큼 올라가는 하오 2∼4시에는 피가 마른다.
중앙급전소에는 20여명이 24시간 3교대로 첨단기계들과 씨름을 한다. 2초마다 변하는 엄청난 양의 수치들과 연락신호를 놓치면 전쟁에서 패하고 비난이 쏟아진다. 『한여름 전기수요의 20%이상은 냉방수요입니다. 실내온도를 1도 올리는게 애국하는 길입니다. 석유 한방울 안나는 나라 아닙니까』 안부장의 절규다.<이동준 기자>이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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