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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학생들의 성/이진희(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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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학생들의 성/이진희(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7.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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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 있는 학교를 찾는 한국인 부모들은 이색적인 분위기에 당황하기 일쑤다. 학제가 우리와 달라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11학년까지, 그것도 남녀학생이 한 울타리안에서 함께 어울리다보니 나타나는 현상 탓이다.우선 선생님과 고학년 여학생을 구별하기 힘들다. 조숙한 9∼11학년 여학생은 대부분 히프에 착 달라붙는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고있어 처음보는 순간 「멋쟁이 여선생」쯤으로 착각하기 쉽다.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애들이 각종 행사때 입는 옷이나 화장한 모양새는 언니들을 뺨칠 정도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학생들의 성관념이다. 남녀 학생들의 문란한 성관계는 학교당국의 최대 고민이 되고 있다. 러시아 의학아카데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성생활은 평균 16.5세(9학년, 고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된다. 13∼14세부터 성관계를 가져도 무방하다고 응답한 학생이 16%나 됐다.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학생은 0%.

이러한 흐름은 사회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개혁 개방정책을 추진한 85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구 소련에서 포르노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미국의 한 방송이 진행한 미―소 공동 TV토크쇼에서 「섹스우나스 네트(우리에게 섹스는 없다)」라고 말한 한 여성의 발언은 인구에 회자됐다. 그로부터 10년. 러시아에는 섹스가 흘러넘치고 있다. 에로틱 잡지와 테이프, 값싼 웃음을 흘리는 젊은 여자들이 거리를 점거하고 여성 스트립쇼에 이어 남성 에로틱쇼까지 등장했다. 이에 당국은 올해 초 포르노산업에 관한 법제정에 나서는 한편, 신분증 발급기준을 10월부터 18세에서 14세로 낮추기로 했다. 급변한 현실을 인정한 뒤 내놓은 대응책으로 보인다.

우리 중고교생의 음란 비디오 촬영소식을 들으니 딸애들이 다니는 모스크바 898학교에서 느꼈던 당혹스런 첫 기억이 떠오른다. 현실과 동떨어진 학교교육이나 대책은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학생을 탓하기 전에 주변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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