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쓰레기소각 이대론 안된다/안태워도 될 쓰레기까지 마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쓰레기소각 이대론 안된다/안태워도 될 쓰레기까지 마구…

입력
1997.07.23 00:00
0 0

◎목동 등 대형소각장 전국 11곳/정부는 4년내 소각률 20% 목표/그러나 다이옥신 논란은 계속되고 진짜 문제는 정부의 쓰레기 정책/소각장 건설을 내세워 쓰레기 감량화·재활용 등 종합처리시스템은 뒷전이다『소각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재활용 시설이나 퇴비화 설비는 하나도 갖추지 않은 채 태울 쓰레기, 안 태울 쓰레기를 가리지 않고 소각하려는 서울시의 잘못된 쓰레기 정책에 반대할 뿐입니다』

서울시내에서 성산대교를 건너 양화교 인공폭포를 지나면 목동 아파트단지 한가운데 고층아파트 높이의 두배 가량 되는 굴뚝이 보인다. 아파트 단지와 담을 나란히 하고 건설된 이 목동소각장 주변에는 초등학교와 종합병원이 자리잡고 있다.

인근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살아온 주부 이은정(42)씨는 소각장 반대가 지역이기주의 때문이라는 말이 「주민들을 슬프게 하는 오해」라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집값 걱정이 컸지요. 하지만 이곳은 학군이 강남 못지않게 좋고 서울 시내와 가까워 소각장과 관계없이 거래가격이 셉니다』

서울시는 소각장을 중심으로 반경 300m이내를 간접영향권으로 규정했다. 3,400여세대가 목동소각장의 간접영향권안에 살고 있는 셈이다. 주민들은 소각장 건설이 추진되던 85년부터 주민대책위를 구성해 감시활동을 펴왔다. 쓰레기 모니터는 감시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 순번을 정해 매일 3명씩 새벽 5시부터 하오 1시까지 소각장에 들어 오는 쓰레기 운반차 200여대의 내용물을 일일이 검사한다.

주부 이성례(41)씨. 『음식물쓰레기가 가장 문제에요. 특히 대형음식점과 식품공장은 심각해요. 지난주에는 순두부 한포대가 쓰레기 속에 섞여있기도 했어요. 뜯지도 않은 소파나 철제 책상, 의자가 들어올 때도 있고요』 사전 분리가 안되기 때문에 별도의 작업인원이 소각하고 남은 재에서 납덩어리나 고철 따위를 거둬야 한다.

실제 소각장 내부에 들어 간 취재팀은 많은 문제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땅속 10m 아래에 있는 집하장에서 쓰레기를 소각로로 옮기기 위해 대형집게가 쓰레기를 한 웅큼 들어올리자 물이 「인공폭포」처럼 밑으로 쏟아져 내렸다. 대책위 임영자 위원장은 『수분이 저렇게 많으니 액화천연가스(LNG)를 아무리 뿌려도 고온 소각이 불가능하고 다이옥신이 많이 나올 수 밖에…』라며 혀를 찼다.

소각장 곳곳에 차폐시설이 설치돼 있었지만 황화수소나 암모니아 이황화탄소 등 유독가스 때문에 방독면을 써야하는 쓰레기 집하장은 홑 유리창 하나가 유일한 방어막이다. 그나마 한 장은 깨진 채였다. 『여름이면 역겨운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열 수도 없고 밤새 소각로 소음에 시달려요. 모니터활동을 한번 하면 목이 부어오르는 건 예사고요. 다이옥신도 걱정이지만 당장의 피해도 만만치 않아요』

소각장 인근 주민들의 고민은 목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서울 상계소각장을 비롯, 전국 11개 대형 소각장 인근 주민 모두에게 해당된다. 서울시가 2001년까지 「1구 1소각장」 원칙에 따라 15개소에 소각장을 신설한다는 구상을 내놓고 환경부가 1조4,000억원을 들여 현재 4% 수준인 쓰레기 소각처리율을 4년안에 20%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나서는 진통이 더욱 심해졌다.

소각장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다이옥신 문제. 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소각장 다이옥신 배출검사 결과는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소각장 정책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11개 소각장의 평균 다이옥신 수치가 1㎥당 5.8나노그램으로 환경부 권고치 0.5나노그램의 11배 이상, 선진국 기준인 0.1나노그램의 58배나 됐다.

그러나 주민·환경단체는 다이옥신이 소각정책, 나아가 쓰레기 처리 정책의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소각장 건설을 빌미로 감량화와 재활용, 음식물 퇴비화가 중심이 되는 종합적인 쓰레기 처리 시스템 구축을 미루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는 주장이다.

지나치게 큰 규모로 건설된 소각로가 이런 태도의 단적인 예라는 것. 서울시 우원식 의원(노원구)은 상계소각장을 800톤 규모로 지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한다. 『2,000억원을 들여 800톤짜리를 지어 놓고 태우는 것은 고작 300톤 남짓입니다. 주민들의 재활용 의지나 감량추세는 생각지 않고 무작정 최대용량만 생각한 탓이지요』

이런 비판은 신설될 소각장에도 적용된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900톤 규모로 건설예정인 강남소각장의 경우 주민들이 용량을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강남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재활용품을 합쳐도 하루 925톤 정도인데 전량 소각 처리하겠다는 의도나 다름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서울시는 예비로 300톤을 더한 용량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쓰레기 배출량에 비해 규모가 너무 큰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환경운동연합 양장일 차장은 예산 불균형문제를 들었다. 『정부가 쓰레기 정책에서 재활용과 감량화를 최우선 순위에 두었지만 여기에 들이는 예산은 소각예산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상계소각장 주민대책위 임해은간사도 『노원구 재활용예산이 전체 청소예산의 1% 남짓이고 재활용 공장이나 음식물 퇴비화 시설도 전무한 실정』이라며 『소각장 운영적자만 아껴도 쓰레기 상당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과 공해연구회 김상종 회장(서울대 교수)은 정부가 쓰레기정책과 관련, 하루빨리 무정부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쓰레기 정책은 매립이냐 소각이냐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는 매립지와 서울시, 다른 지자체들의 상반된 목소리를 조정하고 나갈 길을 제시해야 합니다. 주민들이 소각장 건설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환경부의 기초조사가 끝날 때까지 앞으로 3년간 소각장 신설을 보류하고 새로운 방안을 찾자는 거지요』<이상연 기자>

◎다이옥신 흡입량은 많지않다/오염된 바다에서 잡은 어패류 등 음식물 통한 다이옥신 섭취량이 더 많아

다이옥신의 정식 명칭은 폴리염화디벤조다이옥신. 수소가 염소로 치환된 한쌍의 벤젠고리를 두개의 산소가 이은 구조의 화합물이다. 75종의 이성체가 있으며 그중 특히 독성이 강한 것은 벤젠고리의 2, 3, 7, 8자리가 염소로 치환된 2, 3, 7, 8 사염화디벤조다이옥신(TCDD). 다이옥신의 독성은 대개 2, 3, 7, 8-TCDD의 독성으로 환산해 나타낸다.

다이옥신과 독성과 물리·화학적 성질이 비슷한 것으로 흔히 퓨란이라 불리는 폴리염화디벤조퓨란이 있다. 125종의 이성체중 역시 가장 독성이 강한 것은 벤젠고리내 염소의 위치가 2, 3, 7, 8에 있는 것. 흔히 다이옥신과 퓨란을 합쳐 다이옥신류라고 부른다.

한편 폴리염화비페닐(PCB) 가운데 다이옥신이나 퓨란처럼 평면대칭 구조를 가진 「코플라나 PCB」의 독성 특징도 다이옥신과 비슷해 전문가에 따라서는 다이옥신류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독성은 다이옥신에 비해 떨어지지만 과거 사용량이 원체 많았기 때문에 공업국의 환경중 독성 총량으로는 다이옥신이나 퓨란보다 오히려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름에 잘 녹는 성질을 가진 다이옥신류는 인체에 들어와 수용체단백질과 결합, 마치 호르몬처럼 행동하며 체내 지방이나 간장에 축적된다. 인체에 축적된 다이옥신류가 반으로 주는 데는 약 10년이 걸린다. 여성은 수유를 통해 유지방에 녹은 다이옥신을 체외로 배출할 수 있으나 아이를 오염시키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월 다이옥신을 발암성 물질로 규정했다. 그동안 각국 연구자들은 동물실험을 통해 다이옥신의 유해성을 여러가지로 확인했다. 태아 기형이나 발암, 면역계 장애 등이 확인됐으나 동물종에 따라 유해작용의 내용과 그것을 일으킬 수 있는 다이옥신량이 크게 달랐다. 대개는 체중 1㎏당 1만나노그램 이상을 섭취할 때 유해성을 나타냈다.

한편 아직 국내 조사는 행해지지 않았지만 선진국의 다이옥신 흡수경로 조사에서는 다이옥신이 대부분 음식물을 통해 섭취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소각장 주변 주민조차도 호흡을 통한 대기중 다이옥신 흡입량은 미미했다. 음식물 가운데서도 특히 어패류를 통한 다이옥신 섭취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바닷물과 해저를 오염시킨 다이옥신이 먹이사슬을 따라 어패류를 거쳐 최종소비자인 인간에게 농축되는 것. 같은 물고기도 연근해 어종이 원양어종보다 다이옥신 함유율이 월등히 높았다.

다이옥신 공포에 가려져 있지만 보다 심각한 것은 「코플라나 PCB」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음식물을 통해 섭취되는 「코플라나 PCB」는 독성량으로 환산해 다이옥신류의 4배에 이르렀다. 석유화학공업이 발달한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물론 소각장 주변 주민들이 대기에서 흡입하는 다이옥신이 미량에 그친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나친 다이옥신 공포나 소동이 더욱 심각한 중금속이나 PCB 등에 대한 관심을 흐리는 것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황영식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