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워싱턴은 섭씨 35∼38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95년에 이어 올해도 에어컨이 없이 지내던 70대 할머니가 벌써 더위를 못이겨 숨졌다.이 날씨에 클린턴 대통령은 골프를 쳤다. 호주출신 프로 골퍼 그렉 노먼의 별장에 갔다가 밤길에 넘어져 무릎을 다친 후 수개월만이다. 지난해 50회 생일을 앞두고 『생일날 전까지 싱글을 치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는 그로서는 몇개월동안 골프를 「굶어」왔으니 이정도 더위가 문제될 리 없었다.
최근 목발신세를 벗어난 클린턴 대통령은 언제부터 골프를 쳐도 되느냐고 수시로 담당의사에게 묻곤했다. 당초 예상보다 회복이 1개월가량 빨라 담당의사의 「골프 가」 판정이 떨어졌다. 다만 그의 무릎이 아직도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어서 담당의사는 보조기구를 무릎에 댄 상태에서 골프를 치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날로 클린턴 대통령은 골프장을 찾았다.
유별난 풍경은 골프장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시작됐다. 대통령이 오랜만에 골프를 치려고 함께 갈 멤버들을 찾는데 한결같이 『이 날씨에 어떻게 골프를 치느냐』며 사양,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사실 36도의 더위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이 모처럼 부탁하는데 모두 매정하게 거절하다니. 클린턴 대통령으로선 난감한 일이었다. 그래서 결국 그는 혼자 골프장에 나갔다. 지난 봄이후 못치던 골프를 오랜만에 처음 치는데 4명으로 한팀을 구성하지 못한 채 「나홀로 골프」에 만족해야 했다.
시각에 따라서는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일부 의욕적인 인사는 함께 가길 거절한 사람들을 겨냥, 『그까짓 더위 탓에 대통령과 모처럼 긴시간 대화할 기회를 놓치는 한심한 친구들』이라고 공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이 혼자서 친 골프는 공박할 일도, 예우를 벗어나는 일도 아니다. 대통령은 그저 골프가 치고 싶어 혼자 나섰고 참모들은 더위가 지나치다고 보고 백악관에 남았다. 탈권위란 바로 이런 것이다.<워싱턴>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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