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이 너무나 오랫동안 표류하고 있다. 한보비리와 정부의 실정 때문이지만 국정을 감시 감독해야 할 정치마저 실종된 형편이다. 국정감독과 민생대책을 외면한 채 오직 대통령후보경쟁과 본선대책에만 열중해 온 것이다. 신한국당은 치열한 경쟁끝에 대통령후보를 선정한 만큼 정치복원과 경제회생, 민생대책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2차결선 투표끝에 이회창 후보를 대통령후보로 선출한 신한국당의 전당대회는 멋진 한판 승부의 장이었다.
노련한 프로정치, 계파와 패거리정치, 그리고 지역주의가 주를 이루는 풍토에서 신인인 이후보가 정치입문 1년반만에 여당의 대통령후보로 지명받고 또 당의 주역으로 부상한 의의는 매우 크다.
이제 결선을 끝낸 이후보와 신한국당이 가장 서둘러야 할 일은 패자끌어안기 등 당내 화합과 함께 실종된 정치를 정상화시키는 일이다. 지금까지 나라가 그토록 어렵고 심각한데도 정치는 너무 오랫동안 실종상태였다. 정부의 실정, 한보비리, 대통령 아들과 측근들의 부정부패, 대선자금논란 등으로 국민은 좌절감에 빠지고 경제는 곤두박질친 채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민생불안, 북한사태, 대외적 이미지 실추 등으로 나라는 위기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정치는 위기상황과 민생대책을 외면했었다. 정치가 있었다면 오직 후보경선정치만 있었던 것이다.
오늘같은 나라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권의 정책제기와 생산적인 의정활동이나 올들어 단 한번도 국민에게 듬직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여야간에 정책경쟁·대안경쟁은 찾아볼 수 없고 지난봄 한보국회에 이어 1일부터 30일간 일정으로 진행중인 184회 임시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심각한 경제회생과 민생대책·금융개혁과 환경보호관련 법안 등 80여건의 시급을 요하는 법안들 처리는 물론 심상치 않은 대북정책, 한반도 주변정세 대응, 기아 등 대기업 부도 대책마련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당대표를 겸하게 된 이후보는 신한국당 의원들을 독려, 오늘부터 당장 국회정상화에 적극 나서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활기있고 생산적인 의정활동으로 국민에게 신뢰감을 갖게 하여 민심을 안정시키는 일이 긴요하다. 도대체 경제가 불황속에서 여전히 허우적거리고 여러 대기업들이 도산하고 휘청거리는데도 당이 대책회의조차 열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여야 3당이 대선후보결정을 끝냄으로써 사실상 12월 대통령선거준비와 운동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은 민생과 경제 등 핵심현안들을 외면한채 권력경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원치 않는다. 안보와 외교, 정치개혁, 경기회복처방, 민생대책, 청소년교육, 국가기강확립, 환경보호 등에 대한 성실한 정책대안 제시와 의정활동이야말로 바로 선거 준비요 실질적인 선거운동인 것이다. 이는 국정에 1차적 책임이 있는 집권당과 후보의 바른 자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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